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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하 Jun 28. 2020

별똥별

추락하는 것들

하늘 위를 나는 꿈을 꾸다

깨어 보니 그는 작은 아이였고


이틀에 한번 오르는 정글짐은

구름에 딱 키만큼 더 가까울 수 있어 좋아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꿈을 꾼 그날 밤

별이 박힌 어둠이 온통 바다라면 어떨까

바다가 그 공간을 채우고 이 땅이 그 위를 흐른다면

그렇게 어디든 다 밤하늘이라

추락하는 이 없어 다들 흘러가면 좋겠다


그는 그런 생각을 하다

별이 되었다




서울의 별


어려서부터 자주 꾸는 꿈이 있다. 키 성장 효과가 있다는 일명 '떨어지는 꿈'인데 내용은 대략 이렇다. 어떻게 올라갔는지는 알 수 없으나, 높은 산봉우리나 빌딩 꼭대기에서 주위를 둘러본다. 그러다가 별안간 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차오르는데, 곧이어 나는 능숙하게 하늘을 날고 있다. 비행기를 타는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시원한 경치에 가슴이 뻥 뚫린다. 잠시 뒤, 내 믿음이 온전하지 못했는지 서서히 떨어지는 느낌이 들다가 땅에 부딪히기 직전 잠에서 깬다. 주위에 아무도 없는데도 괜히 무안하다. 비슷하게는 학교 쉬는 시간에 쪽잠을 자다 덜컹하며 깨게 만드는 '미끄러지는 꿈'도 있다.


꿈이라기에는 너무 생생한 그 느낌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었다. 너무 높지도 땅에 가깝지도 않게 멀리 바라보면 꼭 새가 된 것 같은 기분이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는 소설 제목처럼 비행은 추락의 위험성을 언제나 안고 있다. 그래도 바람을 느끼다가 떨어진 곳이 침대라는 깨달음은 안도감과 함께 실망을 안겨준다. 떨어지는 것은 둘째 치더라도, 도약조차 할 수 없는 답답함을 덜어내기 위해 사람들은 그렇게 열심히 사는 듯하다. 현실은 너무 대조적이고 앞으로 걷는 법을 잊은 우리는 배회할 뿐이다. 혼자 걷는 이들이 많아진 것도 같은 이유에서 일까.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뉴스를 통해 자주 접할 수 있다. 떨어진 성적을 비관하여 극단적 선택을 한 학생의 이야기는 매년 입시시즌이면 빠짐없이 등장하는 이야기. 그들은 정말 살기보다 죽음을 원했을까. 끝내 숨이 잦아든 순간에는 이제 쉴 수 있음에 진심으로 안도했을까. 극단이라는 수식은 어쩌면 적절치 않다. 사는 동안 그들이 얼마의 피를 삼켜냈을지 이제는 알 길이 없다.


발 밑에 점처럼 펼쳐진 도시가 일렁이는 바다로 변하는 상상을 한다. 끊임없이 생명을 끌어당기는 현재의 시멘트 말고, 공상 속 보랏빛 같은 것 말이다. 파도는 기복이 없고 하늘과의 경계가 흐릿하다. 그 위를 흐르는 것들은 사실 밤하늘의 별과 같다. 떠다니는 것 만으로 빛날 수 있으니 우리는 이제 서로에게 소원을 빌게 될 것이다. 멀리서 죽어버린 별보다야 당신이 훌륭하다. 하늘과 바다는 색이 같으니 그곳에 금세 도착할 것이다.


깊은 바닷속에서 숨 쉬는 꿈을 꾼 적이 있다. 그곳에서 모래 속에 박힌 별 조각을 보았다. 물결 따라 일렁이는 햇볕 속의 별을 보며 세상은 흑과 백, 낮과 밤 같은 것이 아니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그냥 흔한 불가사리를 본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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