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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sbyul Oct 07. 2020

내가 어렸을 때 생각했던 서른살

어렸을 때는 서른살이면 완전 어른이라고 생각했었다.

20대 초반에도 서른살은 까마득한 먼 미래라고 생각했었다.

서른 살 정도 되면 이룬 게 많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그게 아니었다.

그렇게 시간은 아주 빨리 지나갔고, 나는 벌써 30대 중반이 되었다.







유학을 왔던 고등학생 때는 내가 서른살에도 호주에 있을 거라고 생각 안 했다.

한국에서 멋진 커리어우먼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다.


대학생 때 내가 생각했던 서른살은 화려했다.

Sex and the city를 즐겨봤었기 때문에, 30대가 되면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화려하게 살 줄 알았다.


취준생이였던 20대 중반에는 곧 다가올 30대가 두려웠다.

직장도 없었고, 모아둔 돈도 없었다. 

앞이 깜깜했고 이렇게 서른살까지 가는 게 아닌가 싶어 암울했다.







20대 중반에 나는 지금 생각해도 정말 열심히 살았다. (내 기준에선)

뒤늦게서야 열심히 살았지만, 어렸을 때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다른 서른살이 되었다.

서른살이 되면 엄청 성숙하고 현명해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의 성숙도는 20대 때와 별만 다르지 않았다.






서른 살 때 나는 직장 다니며 CPA 공부하느라 아주 바빴다.

주중 낮에는 직장에서 치이고, 퇴근 후 추리닝으로 갈아입고 백팩 메고 도서관에 갔다. 

주말에도 추리닝입고 하루 종일 도서관에 있었다. 고시생? 느낌으로 하루하루를 살았다.

SNS도 거의 보지 않았다. 나 빼고 모든 사람들이 너무 재밌게 잘 사는 것 같아서. 

나만 도서관에 처박혀있는 것 같아서 힘들었다.

이때의 나는 어렸을 때 생각했던 것보다 돈도 많이 모으지 못했다. 돈도 영주권에 거의 다 쓰고.  







서른 살의 나는 내가 어렸을 때 상상했던 멋진 커리어우먼도 아니었고, 

Sex and the city 같은 드라마 속 주인공 같은 삶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었다.

이렇게 나는 내가 어렸을 때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다른 서른 살 어른이 되었다.







내가 서른 살에 내가 깨달았던 것들은,



-  연봉이 높아진다고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  인간관계는 내 노력으로 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  나 자신을 아는 것, 나 자신과의 관계가 다른 사람과의 인간관계보다 더 중요하다.



위의 세 가지 말고도 많은 것들을 느꼈지만 세 가지로 추린 것이다.







연봉이 높다고 부자가 아니라는 것을 느낀 건 나를 기준으로 생각하고 느낀 것보다 상사들을 보며 느끼게 된 것이다.

나도 직장생활을 하면서 연차가 쌓이고, 내가 취준생때 희망하던 연봉을 받고 일했지만 내 생활도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상사들도 높은 연봉을 받으며 일했지만 보통 티비에서 나오는 부자같이 사는 것은 아니었다.







인간관계에 대한 생각 또한 이때 많이 변했다.

20대 때 친했던 친구들과 쭉 같이할 줄 알았는데, 내 뜻대로 되지 않았다. 







나 자신을 아는 것. 나자신과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것도 서른이 돼서야 깨달았다.

나는 20대 때 나 자신을 잘 몰랐다. 자존감도 낮았고 여기저기에 휘둘리곤 했다.

모든 일에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초점을 두고 맞추었기 때문에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알 수 없었다. 

이런 20대 초중반을 겪으며 아마 20대 후반 때부터 나를 집중적으로 알아갔던 것 같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원하는지 알아갔고, 나를 더 아껴주려고 노력했다. 

이렇게 나를 알아가면서 자존감도 생기기 시작했다. 










서른 살. 생각보다 어린 나이다.

개개인의 기준이 다르겠지만, 서른에 무언가를 이루기엔 어린 나이인 것 같다. (물론 특출 난 재능을 갖고 있는 분들은 제외하고)

물론 남들과 비교하면 끝도 없을 거다. 







나는 서른 살에 CPA 공부를 시작했다.

그때는 늦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하니까 나한테는 그리 늦은 것도 아니었다. 

그때는 모아둔 돈도 너무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 뒤로 꾸준히 모으니까 생각보다 빨리 모였다.







서른살이라 조바심 느끼는 것도 이해가 된다. 

누구나 살면서 딱 한 번 찾아오는 나이니까. 

나도 마찬가지였다.

남과 비교하는 것만 내려놓으면, 늦은 것도 없는 것 같다.

이게 말이 쉽지만 힘들다는 거. 나도 매번 느낀다. 

그래서 나에게 집중하려고 더 노력한다.







30대 중반인 지금도 나는 그리 성숙하지도 않고 현명하지도 않다. 

근데 40대가 돼도 왠지 그럴 것 같다. 

그냥 남들에게 피해 안 주고 소중한 사람들에게 배려하면서, 내 인생에 집중하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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