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무장된 도시이지만, 조금만 외곽으로 나가면
갈라진 콘크리트 틈으로 생명력 강한 풀들이 올라온다.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든 아파트 단지 안 정원같은데 말고,
서울 변두리 지역만 가도 오랜 주택가 틈새로 불쑥 불쑥 올라 온 잡풀들이 보인다.
논밭을 갈아 엎어 만든 신도시 등에서도 종종 보인다.
우리 집은 산을 깍아 동네를 만든 서울 변두리지역 언덕 꼭대기에 위치해 있다.
성당 뒷문 바로 앞이라 성당소유 커다란 밭에 사는 온갖 곤충들 소리를 계절따라 듣곤 한다.
옛 산터 답게 여름철 창문을 활짝 열고 자면
아침 일찍 지저귀는 온갖 새소리에 잠이 깬다.
기분 나쁘지 않은 알람음이다.
오늘 아침에는 집앞 바로 위 전기줄에서 이번엔 또 어떤 새인지 엄청 시끄럽게 울어댄다.
아침 8시까지 발로 차도 못일어나는 우리집 게으름뱅이 막내조차
자연히 잠이 깼다.
7시 15분이다.
이 기적같은 자연 알람은 거의 기차 지나가는 데시벨 정도의 소음이었다.
첫째는 나처럼 궁금증이 생겼는지 일어나자마자 창문가로 달려갔다.
"까치도 아니고 까마귀도 아니고 오늘은 무슨 새길래 저리도 시끄럽니? 짝짓기라도 하나?" 잠결에 묻자 첫째가 답한다.
"엄마 짝짓기 아녜요. 얘네 싸워요. 부리로 서로 쪼고 싸우느라 엄청 시끄러웠나봐요"
도시에 살다보면 우리가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을 잊고 살 때가 많다.
그러다 종종 길가의 고양이나 공원의 비둘기 등을 볼 때면
'이 지구상에 인간만 존재하는 건 아니었구나' 를 깨닫게 된다.
우리 역시 자연의 일부임을 알게 해주는 작은 존재들이 있다.
문앞 빈틈을 비집고 나온 민들레 꽃이나 지렁이, 개미 등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