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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망 Nov 21. 2021

일상의 행복

첫째 안경 쓰던 날

일곱살 때 첫째가 처음 자전거 바퀴를 떼고 타던 날도 무언가 뿌듯하며 여러 감정이 뭉클 해 기억이 남는다면


오늘 첫째가 처음 안경을 맞춘 날 또한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일곱살때 시력이 걱정되긴 했는데 항상 긍정적이신 소아과 선생님께서는 괜찮다고 하셨고, 1학년 코로나로 학교를 안가다 보니 늘상 책을 읽는 딸 아이 안과 데려가는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2학년이 되어 학교에서 의무검진을 하고 시력이 0.2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검진의의 이제까지 부모가 이런것도 몰랐느냐는 눈빛과 함께 걱정스런 재검소식을 전해들었다.

안과에서 안약을 넣고 재검을 했고, 교정시력이 왼쪽의 경우 0.6밖에 나오지 않았다.

다행히 자라고 있는 아이라 3개월마다 검진을 하고 잘 교정해나가면 좋아질수도 있다는 위로의 말과 함께 생애 첫 안경을 너무 이른 나이에 씌워웠다.


첫째보다 훨씬 큰 나이에도 첫 안경과의 만남이 두렵고 오랜세월 기억에 남을 만큼 인상깊었던 기억인데, 우리 아이는 얼마나 겁이 났을까.


친구들이 놀릴까봐 안 예뻐질까봐 그런것들만 걱정하는 역시나 어린 아이지만, 다행히 안경은 잘어울렸고 오히려 안경쓴 얼굴이 더 귀엽고 예뻤다.

하지만 안경을 쓰는 일이 얼마나 불편한 일인지를 너무도 잘 아는 나는 너무 어린 나이부터 저 불편한 안경을 쓰게 한 것이 마음이 너무 짠했다.

눈 나쁜 나를 닮아 그런것은 아닌지. 진작 안과 검진을 다녔으면 좀더 낫지 않았을지.


지난주 일하는 엄마때문에 추위에 오들오들 떠느라 감기까지 걸린데다 안과까지 다녀와 피곤한 딸아이의 잠든 모습을 보며 오늘도 짠하고 미안하고 사랑스런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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