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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망 Dec 03. 2021

일상의 행복

둘째 이야기

오늘 어린이집을 하원하는데 담임선생님 대신 누리과정 선생님이 나오셨다.


평소 말이 별로 없으시고 성품도 너무 좋은 분인데 오늘따라 하원하는 길에 인사말외에 한마디 덧붙이셨다.


'어머니 어쩜 이렇게 잘키우셨어요'

가슴이 뿌듯했다.

엄마로서 이보다 더한 칭찬이 있을까.

첫째나 둘째 덕에 어린이집 담임 선생님들께 칭찬을 많이 듣긴 했지만, 직접적인 담임도 아닌분께서 진심어린 말씀을 해주셔서 더 기뻤던 걸까. 나는 '이모든게 하나님의 은혜랍니다'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냥

'감사합니다'하고 웃으며 인사했다.


둘째는 내가 봐도 예쁘다. 어딜가나

어머 참 예쁘게 생겼네. 혹은 넘 귀엽다. 라는 칭찬을 자주 듣는다.

뭐하나 특별히 잘난것 없는 부모 밑에서 외모도 엄마 아빠의 장점만 골라 닮은데다, 머리나 성격 모두 장점만 골라 닮았다.


얼굴도 예쁘지만, 센스있고 총명한 머리에다 성격도 너무 나대지 않고 조금은 소심하지만, 정의로와서 친구들 사이에서 좋게는 약자편, 나쁘게는 잔소리꾼이다. 유머감각도 있고 리더십도 있어서 어린이집에서 친구들에게 인기도 많고 소위 인사이다. (부모들은 한번도 못해본;;)


콩깍지가 씌운 엄마 눈에만 그런걸까

학교가면 자기도 언니처럼 친구들 많이 사귈수 있을까 걱정하는 딸에게

'그럼 너는 누구나 친구하고 싶어하는 아이니까'라고 답해 주었다.

나의 속마음이었다. 나도 소정이처럼 예쁘고 똑톡하고 착하기까지한 친구랑 사귀고 싶었다. 다만 그런 친구 주위에는 항상 친구들이 많아서 나는 근처에도 가지 못했지만.


올해 초 첫째가 경시대회(사고력 수학) 문제를 풀면서

'엄마 이게 뭔소린지 모르겠어' 하고 말하길래

나는 두말도 않고 소정이를 불렀다

'소정아 너 이 문제 뭔지 알겠니?'

문제를 한번 읽은 소정이는 아직 가르쳐주지 않아 계산까지는 해내지 못했지만,

'언니 이거 이렇게 이렇게 풀면 되잖아' 하고 단번에 문제를 풀이했다.

2학년 문제를 일곱살 동생이 한번에 해결해 내자 머쓱했는지 내가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혼자서 풀겠다며 스스로 풀어냈다.


어찌보면 첫째의 자존심을 건드린 미안한 일일수도 있지만, 사고력수학을 처음 접하는 첫째에게 이또한 전혀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서였다. 실제로 잘 읽어보면 전혀 어렵지 않고 문제만 긴 것 뿐인데 제대로 읽고 해결하려는 노력도 없이 읽자마자 엄마부터 찾는 모습에 실망 프러스 화가 나서였던것도 있다.

그날의 내 방법을 옳지 않았지만, 나는 평소에도 아이들을 가르칠때 전혀 어렵지 않음을 너는 충분히 풀수있음을 전제하에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가르치려 하는 편이다.


아이들은 같은 문제라도 쉽다고 말하고 풀게하면 잘 풀고, 어려운 문제야 라고 말해주면 풀 엄두도 못내는 경우도 있다. 우리 어른들도 마찬가지인것 같다. 마음먹기 다른다는 옛말이 맞는것같다.


그 이후로 첫째는 경시대회 문제들도 스스로 잘 풀어낸다. 유일하게 엄마가 옆에 앉아 자신에게만 오롯이 집중해 주는 가끔의 시간이라 그런지 엄마와 함께 공부하는 시간을 딸들은 좋아한다.


기분좋은 말을 들어서 그런지 왠지 새벽부터 잠이 깨 잠이 오지 않아 글을 쓰고 있다. 이런 좋은 일은 기록으로 남겨놔야지 싶다. 노년에 좋은 취미를 갖게 해준 브런치에게 또한번 고마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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