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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망 Nov 21. 2021

일상의 행복

이런 딸 또 있을까요?

나의 첫째 이야기를 꼭 쓰고 싶었다.

학원, 학습지, 교회학교 교사로 혹은 조카들이나 친구네 아이들 나름 많은 아이들을 가르쳐왔고 만나봤지만, 우리 딸은 평범하지 않은 것 같다.


경제력 있는 남자 보단, 바르고 착한 남자를 선택한 나의 복이랄까?


아기때부터 첫째는 혼자 잘 놀았다.

또랑의 고인물을 혼자서 한참을 들여다 보며 노는 아이였다.

네살때는 혼자서 한글을 깨쳐 스스로 책을 읽었다. 마치 늦은 나이 아이를 낳고 체력이 딸리는 엄마를 배려라도 하듯.


어릴때부터 스스로 옷을 차려입고 어린이 집을 다니고, 혼자 책을 읽으며 잘 놀아 주는 덕에 나는 둘째를 키우는데 집중할 수 있었고, 똘똘한 둘째 역시 스스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어 첫째를 돌아보니, 일곱살 큰 아이는 어느 새 훌쩍 커 낯설어 보이기도 했다.


엄마가 잘 못놀아줘서 그런것만은 아닌것 같다. 워낙 책을 좋아해 하루의 대다수의 시간을 책을 읽는다. 가끔은 시간을 내어 놀아주려해도 혹은 티비를 틀어줘도 책이 더 재미있다고 한다.

다만 매일 저녁 자기전 아이들과 놀아주는 30분만큼은 아이들이 가장 행복해 하는 시간이다. 부모인 우리에게도.


따로 학습을 시키지 않아도 학교시험은 항상 100점을 맞아와 그 흔한 받아쓰기 연습도 한번 해본 적이 없다. 학습도 엄마를 너무 편하게 해준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딸의 특성일 뿐 혹은 내게 주어진 선물같은 것일 뿐 내가 자랑하고 싶은 것은 큰아이의 성품이다.


무뚝뚝한 성격에다 집에서 하는 재택 근무로 늘상 바쁜 엄마를 위해 둘째는 가끔 다와 어깨를 주물러 주곤 하는데, 우리 첫째는 엄마를 웃기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한다. 늘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모아와 나에게 들려준다. 엄마가 씩 웃으면 자기도 즐거워 한다.


외할아버지를 닮아 남들에겐 무척 친절한 반면 내 소중한 가족은 잘 챙겨주지 못하는 성격인데,

큰 아이는 친구들이나 다른 사람 보다는 엄마나 가족이 제 일 순위이다.


등교길이나 하교길에 친구들을 만나면 친구들과 오순도순 이야기하며 갔으면 좋겠는데, 엄마한테 인사하느라 동생 챙기느라 친구들의 존재는 뒷전일 때가 많다.


오늘은 첫째가 엄마 옆에서 자는 날이다.

자기 전 오늘도 엄마 손을 자기 가슴위에 두손으로 꼬옥 쥐고 잠이 들었다.


평소 애교가 많은 둘째를 바라보면 너무 사랑스럽고, 첫째를 바라보면 늘 미안한 마음과 안쓰러운 마음이 공존하는데, 오늘 잠 든 첫째의 얼굴은 너무 사랑스러웠다.

아직 아홉살. 지금도 너무 작고 어린데 자꾸 큰 애 취급을 할 때가 많다.


인라인스케이트며 미술 학원이며 해달라는거 많은 둘째에 비해 학원도 안다닌다 하고, 인형이나 장난감도 잘 안사는 첫째가 혹여나 엄마의 경제사정을 생각해 그러는것은 아닐지 걱정스러울 때도 있다.


티비 광고에 나오는 재미있는 학습기 들도 해보고 싶을 만도 한데도, 엄마네 학습기는 언제 광고에 나오냐며 엄마가 하는 일도 응원해 준다.  

인당 하나씩 학습비로 10만원씩은 책정해 놓은 상태라 맘에 드는 것을 고르라 해도 자기는 엄마네 O사 것이 제일 좋단다.


내가 머리를 하거나 안경이 바뀌면 제일 먼저 알아봐 주는 것도 첫째다.  


아이들이 이렇게 엄마의 표정이나 아빠와 무심코 나누는 대화 하나하나를 자세히 보고 듣고 하는지 미처 몰랐다.

그래서 아이들이 부모를 닮아가나 싶다.

아이들을 위해 나의 언행을 좀더 조심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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