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가 아기를 낳았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설거지를 하다가 문득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기가 태어나고 100일. 그 길고 길었던 긴장의 시간이 지나고, 밤에 자다가 일어나서 모유수유좀 안했으면 잠좀 푹잤으면 하고 바라던 근 2년여의 시간.
첫돌이 지나고 육아의 50%는 해결된듯한 시점부터 시작된 이유식.
이유식좀 안했으면 그냥 제대로된 밥만 같이 먹었으면 하고 바랐던 시간들.
드디어 어린이집을 가서 처음 느끼는 자유시간의 달콤함이 선물같이 찾아온 순간들.
같은 어린이집 엄마들과 함께 아이들을 보내놓고 잠깐 한두시간의 티타임. 그 달콤한 시간들.
같이 시장도 가고, 아이들 옷가지를 사러 백화점도 들르고, 때로 엄마들끼리 맛집 탐방도 다니던 행복한 시간들.
그렇지만 그눔의 어린이집 도시락 설거지좀 안했으면. 자칫 방치하면 뚜껑 고무파킹에 곰팡이가 서는 간식통과 도시락통, 빨대달린 물병, 설거지할때마다 걸리적거리는 교정용 유아 젓가락 이런 설거지들좀 빨리 떼었으면 하고 바라던 그 모든 것이 이루어진 시간
드디어 어린이집을 졸업하고 학교를 가게되어 복잡한 물통이며, 어린이집용 식판도시락이며 찌든때 끼어있는 유아용 교정젓가락이 사라진 설거지 물들을 바라보며 참 편해졌다. 그간 고생했다. 용됐다 싶은 감사함.
앞으로 클수록 이런것들은 델것도 아닌 더 굵직하고 크나큰 넘어야 할 산들이 물론 더 많겠지만은, 지금 당장은 참 편해진 터이다.
이제는 언니손을 잡고 학교를 가면서 엄마는 안따라와도 된다는 막내.
갑자기 아침 등원준비로 외출할 일이 사라지자 뭔가 허전하기도 한.
열살 초등 3학년이 되는 첫째는 더이상 학교를 데려다주고 데려오지 않아도, 학원을 픽업하러 다니지 않아도 곧잘 다닌다.
곧있으면 세수도 샤워도 혼자하게 되겠지.
엄마의 손이 덜 갈수록 아이들이 스스로 하는게 많아질수록 엄마에 대한 애정도도 그만큼 줄어들텐데. 그만큼의 자리에 친구가, 이성이, 자녀가 대신하게 되겠지 싶다.
아이를 낳아 너무 사랑스럽다는 조카에게. 그리고 이제 막 세살, 다섯살 아이들을 키우느라 너무 바빠보이는 나의 업무상 상담자들인 학부모들에게 이말을 해주고 싶었다.
힘들지만, 지금이 가장 좋을 때라고. 아이들 정말 금방 크노라고.
한참 힘들거고 앞으로 많은 육아의 일들이 기다리고 있겠지만은 이또한 금세 자나갈거라고.
십년전 어른들이 새댁이던 내게 해줬던 말들을 내가 똑같이 하게 될줄은.
앞으로 내게도 청소년 사춘기 등 많은 날들이 기다리고 있겠지만은, 에벤에셀의 하나님, 도우시는 하나님 붙잡고, 한걸음 한걸음 또 열심히 살아가야 겠다.
마치 등산의 중턱에서 잠시 쉬며, 가져온 간식으로 배를 채우고 맑은 공기 쐬며 한숨 돌려 가듯,
지금 육아 10년차인 내가 딱 그정도 인것 같다.
젊은 엄마들 보면 응원해 주고 싶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