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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망 Apr 01. 2022

육아 에피소드 11

11. 달걀과 초밥

코로나 격리로 학교도 못가고 그 좋아하는 태권도 일주일째 못가고 둘째는 나와 일주일째 집콕 중이다.

겨울시즌 일년치 연봉의 절반을 벌기도 하지만 정말 바빠서 배달음식을 거의 두달 내내 시켜 먹은 것 같다.

나 혼자 였다면 오늘도 아점으로 라면 한그릇으로 떼웠을 테지만, 둘째가 있다보니 꼬맹이가 좋아하는 햄을 넣고 김치볶음밥을 해주기도 하고, 훈제오리를 넣어 김치 볶음밥을 해주기도 했다.


어제 저녁에는 칼국수가 먹고싶다는 둘째를 위해 직접 멸치육수를 우려 마트에서 면만 배달시켜 끓여 주었다. 덕분에 입맛 없던 나도 맛있게 먹었다.

오늘 점심에는 떡볶이가 먹고 싶다 한다. 삶은 달걀을 넣은.

늘상 그래왔기에 오늘도 시켜주는줄 알았나보다. 바쁜 시즌도 끝나가고, 격리도 끝나가고, 마침 냉동실에 떡볶이 밀키트가 있길래 달걀 삶고 직접 떡볶이를 해주었다.

비록 즉석요리지만, 눈에 넣어도 안아플 딸랑구를 위한 요리라 직접해서 주는 내가 왠지 뿌듯했다.

모처럼 엄마 역할을 해주는것 같아서일까.


둘째는 음식을 먹을때 쩝쩝대면서 먹는다.

잠을 잘때는 대자로 누워 코를 드르렁 골면서 잔다.

참 순수한건지 본능에 충실한건지 엄마 눈엔 모든게 사랑스러울 뿐이다.


오늘은 아빠를 위해 하나 남겨 놓은 삶은 달걀에다가 열심히 작품을 그려 놓고 한참을 갖고 놀았다.

신나게 논다 싶더니만 결국에는 가지고 놀던 달걀이 깨졌다.

실룩실룩 대더니 아니나 다를까 대성통곡을 하고 울었다.

달래줘야 하는데 웃음이 나서 이성적으로 깨닫게 해줘야 할것 같아서

"누가 그랬어?" 하고 물었다.

네가 놀다 그랬으니 울지 말라는 뜻이 었다.

둘째는 벽의 옷장을 가리키며

"여기에 부딪쳐서 깨졌어" 하며, 원인이 옷장이라 했다.

엄마나 언니가 달래주진 않고 껄껄대며 웃기만 하자 더 크게 꺼이 꺼이 울며 자기방으로 가버렸다.


나는 바빠서 그만 다시 일을 하러 방으로 들어 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빠가 왔고, 만사 형통이었다.

둘째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언니와 아빠와 웃음 소리도 났다.

일이 거의 끝나갈 무렵 둘째가 또 들어 왔다.

머리에는 초록색 태권도 끈을 묶고 와서는


"엄마, 날치알 빠진 초밥이야"


나는 진지한 얼굴로 초밥 모양을 만들고 있는 둘째 얼굴, 정확히는 머리를 보고는 빵 터졌다.

조금전 까지만 해도 자신이 힘들게 그린 달걀이 깨졌다며 세상 끝난듯 통곡하며 울던 내 강아지가 이제는 초밥이라며 자기 머리를 들이 대는데,

순수한 이 아이를 보며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원래 여덟살이 이렇게 단순하고 순수한게 맞는지 조금은 걱정스럽기도한 저녁이었다. 너무 큰애 같았던 첫째 1학년 때랑은 느낌이 참 많이 다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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