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럿 퍼킨스 길먼의《누런 벽지》

1월 3주의 책

by 문슬아

100년 전 여성에게 교육 받을 권리도 참정권도 없던, 남성의 편의에 의해 정신병원에 여성들이 많이 수감되었던 시절. 표지작인 <누런 벽지>는 당시 정신의학이 어떻게 여성을 대상화했는지를 보여준다.


길먼 자신 또한 미국 사회에서 여성에게 표준처럼 적용되던 ‘휴식 요법(Rest Cure)’을 경험했다. 이 치료는 여성의 산후 우울이나 신경증을 치료한다는 명목으로 지적 활동, 글쓰기, 사회적 교류를 금지했다. 즉, 여성의 회복을 위해 여성의 사고를 제거하는 방식이었다. 길먼은 이 치료가 회복이 아니라 정신의 해체를 초래한다는 점을 고발한다. 산후우울증으로 죽음의 문턱까지 가봤던 당사자로서 하이퍼리얼리즘으로 읽었다.


이 책에 실린 20편의 단편 소설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펜을 빼앗기고 작은 방에 갇혀 아프다 미치고, 집을 뛰쳐나와 대학에 가고, 의사와 변호사와 사업가가 되고, 서로가 연대해 억압받는 또 다른 여성들을 구해낸다. 길먼이 포착한 세상의 억압과 꿈꾸는 이상이 다양하게 변주하며 집요하게 반복된다. 그리고 길먼의 외로이 펜을 들고 싸우며 꿈꿨던 소설 속 세계는 같은 꿈을 꾼 여성들의 연대로 현실의 세계가 된다.


철 지난 듯 보이는 20세기 초 페미니스트의 이론을 녹여낸 작품들을 다시 꺼내들어야 할 이유를 역자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에겐 지금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 하지만 현실로 소환해야 할 세계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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