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주의 책
《쓰지 못한 몸으로 잠이 들었다》(김미월 외, 다람, 2023. 1)
"나는 엄마로서도 시인으로서도 자주 실패한 하루를 산다."
요즘 글쓰기가 너무 어렵다. 왜 이런 걸로 굳이 괴로워하며 사는가 싶고 그냥 조용히 숙소 청소하고 육아하면서 살면 되지 않나 싶다가도 때로는 그게 바로 내 글쓰기에 발목을 잡는 것만 같아 억울하고 무기력해진다. 엄마로서도 숙소운영자로서도 글쓰는 사람으로서도 나 역시 자주 실패한 하루를 산다. 미처 끝내지 못한 숙제를 산처럼 쌓아두고 아이 옆에서 맥없이 뻗는 날들, 그러니까 쓰지 못한 몸으로 잠드는 시간들이 내게도 수두룩하다. 안간힘을 다해 쓴 글로 위로를 준 여섯 작가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신이 떠나도》(윤이나, 유유히, 2025. 11)
신을 매개로 엄마와 딸이 동기화되는 고통과 온전한 나로 분리되고 싶은 갈망을 얼마간은 알아서. 인간이 신이 되어 차인을 조종하려들 때 영혼이 어떻게 폐허가 되는지 봤기에. 신이 떠난 후에 남겨진 절망 위로 새롭게 얽히며 피어나는 사람의 어떤 마음과 이어짐을 골똘하게 바라보고 내심 응원하는 나를 발견한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홀린 듯이 읽었다.
《격 없는 우정》(어딘(김현아), 클랩북스, 2025. 11)
아는 사람의 글을 읽으면 기분이 묘하다. 나도 청소년 시절에 어딘 글방을 알았더라면 내 인생이 조금은 달라졌을까 괜시리 부러워지기도 했지만 이제는 나도 어딘처럼 누군가에게 격 없이 곁을 내어주는 어른이 되어야 하지 않나 자각도 들었다. 로드스꼴라에서 드문드문 만났던 이들의 알지 못했던 모습을, 생각보다 더 멋진 그들의 삶을 알게되는 재미가 쏠쏠했다.
《아무튼, 하루키》(이지수, 제철소, 2020. 2)
이지수 번역가님의 글은 언제 읽어도 재밌다. 재치와 유머 밑으로 흐르는 처연함까지 따라하고 싶어도 따라할 수 없는 고유한 매력. 어린 시절 읽은 하루키의 문장이 좋아서 번역가가 되었다니. 하루키와 함께 젊은 날의 긴 터널을 지나온 하루키 덕후의 이야기가 내게 묻는다. 내 삶을 관통할만큼 내가 좋아했던 건 무엇이냐고. 금방 떠오르는 게 없는 것 보니 어쩌면 나는 열렬히 좋아하기로 마음먹어본 적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실망할까봐, '고작'이라는 말을 들을까봐, 상처받을까봐. 그런 내게, 좋아하는 마음이 어떻게 내 삶을 지탱해주는지 알게 해주는, 그러니까 좀 더 자신있게 좋아해도 된다고 등을 두드려주는 책.
《홍학의 자리》(정해연, 엘릭시르, 2021. 7)
주인공의 심리묘사가 섬세하고 이야기가 작은 반전을 거듭하며 끝까지 긴장감있게 흘러간다. '마지막 반전이 충격적'이라는 출판사 서평 믿고 전반적으로 몰입감 있게 읽었는데, 도리어 그 마지막이 '반전'을 만들기 위해 밝혀지는 주인공 서사(스포라 자세히는 못쓰고)가 도구적으로 소모된 느낌이어서 개인적으로는 끝이 개운하지가 않았다. 그럼에도 시간 순삭 추리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