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코로나, 연극으로 안전한 사회적 연결망 만들기

[인터뷰] 예술치유 품 사회적협동조합 고은숙 이사

by 문슬아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감염에 대한 불안과 취업 및 일자리 유지의 어려움, 거리두기로 인한 사회적 고립감 등 일명 ‘코로나 블루’를 겪는 사람들이 많아졌다.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전국의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건강상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40.7%가 코로나 19로 우울감과 불안감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리적 방역에도 비상등이 켜진 것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주변에 내 이야기 들어줄 누군가 한 사람만 있다면 우리는 그 마음을 비빌 언덕 삼아 일어설 수 있다. 단절과 위기로 둘러싸인 이때에 사회적 신뢰와 연대감을 바탕으로 한 심리방역은 매우 중요하다.


사람들이 건강해지면 사회도 건강해질 거라 믿고, 오늘도 상처받은 이들의 마음에 따뜻한 품을 내어주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모인 곳, <예술치유 품 사회적협동조합>의 고은숙 이사를 만났다. 고은숙 이사는 연극심리상담사로 11년 째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Q. 예술치유 품 사회적협동조합은 어떤 곳인가요?


연극심리상담은 아직 사람들에게 어렵고 생소한 분야에요. 저희는 대중들에게 연극심리상담이 조금 더 쉽게 일상적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단체입니다.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에게 개인 및 집단 상담을 운영하고 있고요. 기관이나 학교, 단체에서 의뢰를 받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연극심리상담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대중 워크숍이나 거리 퍼포먼스 등 다양한 실험도 해왔어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초반에는 단체 프로그램이나 대면상담 많이 취소되서 어려움도 있었는데요. 그때도 쉬지 않고 비대면 상담과 프로그램을 열고 집중적으로 홍보를 많이 했었어요. 다행이 거리두기가 완화되는 시점이나, 최근 비대면 상담으로 저희를 찾는 분들이 늘고 있어서 매우 감사하고 있답니다.


Q. 연극심리상담이라는 장르가 낯선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일반 상담과 어떻게 다른가요?


가장 큰 차이는 ‘연극’이 들어간다는 거에요. 연극심리상담은 연극을 공연으로서 보는 것이 아니라 직접 연극에 참여해 역할을 맡고 스스로 체험하면서 실제의 삶과 연결되는 지점을 발견해 치료가 이루어져요. 다양한 역할과 감정을 표현하다 보면 ‘내가 이 역할을 좋아했구나’ 혹은 ‘이 감정이 필요했구나’라는 걸 느낄 수 있어요. 그런 과정을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고 내가 원하는 삶을 찾아갈 수 있어요.


사람은 음악, 미술, 춤 등 비언어적인 방법으로 자기를 표현할 수 있을 때 건강해져요. 연극도 그중 하나지요.

특히 연극심리상담은 다른 배우들과 관객이 함께 있기 때문에 의사소통능력과 사회성 발달에도 기여하는 측면이 있어요. 다른 예술 치료와 비교해 봤을 때 연극치료만이 가진 장점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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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치료에서는 이야기를 많이 사용해요. 상처와 고민을 가상의 이야기로 표현하면서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어요. 기존 이야기를 쓰기도 하고 희곡, 전래동화로 연극을 하는 경우도 있어요. 이야기가 없는 연극도 있고요. 그러고 나서 연극에서 나왔던 감정을 색깔로 표현하게 할 때도 있고, 감정만 떼어 내서 연극을 하기도 해요. 연극 속에서 보였던 히스토리만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갖기도 하는 등 연극 이후의 프로그램은 무궁무진합니다.


연극심리상담을 받으러 온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가 다양한 만큼 프로그램도 다양해요. 그래서 똑같은 프로그램을 하는 날이 거의 없어요. 참여자가 어떤 것을 내놓을지 모르기 때문이죠.


Q. 연기를 못해도 되는 건가요?


많은 분들이 생각하시는 연극은 대본이 있고 대사를 외워서 어느 정도의 연기 스킬을 가진 쇼를 생각하실 텐데 꼭 그렇진 않아요.


가족과 있었던 일을 친구에게 전해줄 때 가족의 말을 흉내 내거나 했던 말을 그대로 인용하기도 하죠? 이것도 일상 중 벌어지는 작은 연극에 속합니다. 상담에서 필요한 연기는 이정도면 충분해요. 우리는 삶의 무대에서 ‘나’의 인생을 사는 역할을 맡으며 살고 있어요. 삶이라는 무대에서 작게는 연극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셈이죠. 때문에 연극심리상담에는 제한 대상이 없어요. 본인이 상담을 원하는 사람이면서 연극을 기질적으로 싫어하지만 않는다면 누구나 상담이 가능해요.


물론 처음엔 연극을 한다는 게 낯간지러울 수도 있어요. 발연기가 나올 수도 있는데 그런 건 전혀 상관없어요.그리고 좀 못하면 어때요. 진짜 상황이 아닌 연극이니까 잘 못해도, 실패해도 괜찮아요. 이 리허설에서 얻은 깨달음이 실제 상황에서 더 나은 선택을 하도록 도움이 될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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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연극심리상담만이 가진 매력이 정말 많네요. 많은 사람들이 연극심리상담을 좀 더 친숙하게 생각하고 찾았으면 좋겠어요. 그러려고 이 단체를 만든 거잖아요? 그런데 상담 센터가 아닌 사회적협동조합의 형태로 시작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연극도 예술이기에 창의적인 생각이 중요해요. 위계질서에 갇히면 생산력이 저하돼요. 연극은 특히 여럿이 하잖아요. 평등한 입장에서 협동하는 게 중요하죠.


저는 무엇보다 함께 일 할 수 있는, 서로를 신뢰하고 독려할 수 있는 동료가 필요했어요. 누군가 잘못했을 때 서로를 지적하기 보다는 먼저 ‘그럴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평등한 입장에서 함께 다음을 논의할 수 있는 사람들이요. 껄끄러울 수 있는 이야기도 서로를 믿고 터놓을 수 있는 안전한 관계를 원했어요. 그런 의미에서는 고용관계가 아닌 협동관계의 사회적협동조합형태가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같은 뜻을 가진 연극심리상담사들이 모여 2019년에 지금의 단체를 만들었고 저는 올해 9월까지 대표직에 있다가 지금은 대표 변경을 했어요. 젊은 멋진 여성이 신임 대표가 되셨는데요. 품의 가치를 이어가며 또한 새로운 관점으로 이 가치를 나누어 갈 계획이에요. 협동조합의 취지에 맞게 나이 성별 관계없이 그 자리에 필요한 사람이 역할을 맡는 거죠. 저는 지금 이사로 있습니다.


나아가서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연극심리상담사의 위상을 높이고 싶었어요. 또한 실력 있는 상담사들을 배양해 상담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합니다. 그리고 저희가 생각하는 ‘상담사의 복지’에 맞지 않는 제안을 하시는 기관이 있으면 정중하게 거절하고 있습니다. 물론 저희가 거절한다고 해서 당장 이 직업에 대한 위상이 올라가진 않겠지만 누군가는 시작해야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Q. 연극심리상담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가치가 있을까요?


상담으로 조금 더 다양한 시도들을 해보고 싶었어요. 예전에 수련생이었을 때 태안에 기름유출사고가 났어요. 근데 기름을 닦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거든요. 제가 있었던 그룹에 태안에 가서 무료 상담을 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는데 거절 당했어요. 이후에 세월호 참사가 벌어졌는데 제가 상담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은 굉장히 미비하더라고요.


사회적으로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들이 참 많은데, 무엇보다 그 시간속에서 서로가 연결될 수 있다면 고통의 시간은 새로운 의미의 시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믿어요. 때문에 안전한 사회적 연결망이 필요하죠. 품이 손 내밀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존재하는 하나의 연결점이 되고 싶어요.


사건 이후의 심리치료도 중요한 만큼 큰 사고들이 터지기 전에 일상적으로 누구나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연극심리상담은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매체이니 이 부분을 잘 살려서 기획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또한 마음의 고통을 지닌 사람들에게 심리치료로 지원하고 우리 사회의 폭력과 인권 침해로 인한 아픔을 줄이는 데 힘을 보태고 싶어요. 그래서 ‘반 혐오 공감확산’수업을 시작했고요.

‘반 혐오 공감 확산’수업은 청소년 대상 수업으로 기관에서 신청이 가능해요.


청소년들에게 집단에서 벌어질 수 있는 혐오, 폭력들을 예방하기 위해 서로를 공감하는 언어, 행동들을 연극을 통해 경험하게 하고, 혐오와 관련한 감정을 공유할 때 얼마나 힘든지도 공유하며 서로를 보듬도록 하는 수업입니다.


Q. 품에는 어떤 서비스가 있나요?


먼저 참여자(내담자)가 상담을 의뢰합니다. 홈페이지나 카카오톡으로 의뢰가 가능하고요. 상담을 원하시는 이유(어떤 부분이 힘든지)와 대략의 원하는 상담 횟수를 알려주시면 적합한 상담사와 매칭을 시켜드리고요.


첫회기는 진단회기로 진행이 됩니다. 참여자께서 예상하는 힘든고민(상담의 이유)와 상담횟수가 상담사가 진단한 것과 상이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진단 결과를 보고 이 부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거든요. 그리고 앞으로 몇 회기를 진행할 것인지, 어떤 목표로 진행할 것인지를 함께 이야기 합니다.


상담은 삶의 극히 일부분이고 결국 그 문제를 해결하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은 참여자이기 때문에 상담사의 가이드와 조력에 힘입어서 스스로 삶을 변화해 나가셔야 합니다. 저희 상담을 이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있고 최소한의 상담으로 일상에 복귀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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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예술치유 품 사회적협동조합의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일까요?


누군가 힘들고 마음 터놓을 곳이 없을 때 찾으면 바로 닿을 수 있는 곳에 존재했으면 합니다. 아주 큰 꿈이지만 사람들의 아픔이 줄어들면 우리 사회도 건강해질 거라고 믿고 있어요.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과정에 품이 한 조각을 채웠으면 좋겠어요.


사람은 내 이야기 들어줄 누군가 한 사람만 있으면 살 수 있다고 해요. 그런데 그 한사람이 없는 경우 온 우주가 나를 버린 것 같은 좌절감과 슬픔, 분노에 휩싸이게 돼요. 그럴 때 가까운 상담소나 행정복지센터 같은 곳에 도움을 요청해 보시기 바랍니다. 혜택 받을 수 있는 복지들이 꽤 있거든요. 저희 사무실에 연락 주신다면 그 이야기들 놓치지 않고 귀하게 듣겠습니다.



※ 데이드 건강매거진(2021년 11월)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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