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형 경단녀의 취업일기 02. 별다방에서 2주의 터널

4인가족의 탈서울 유랑기_김천살이_취업일기 2화

by 문슬아


작년 여름. 김천역 카페에서는 약 3달 일했다. 일하는 건 어려울 게 별로 없었다. 다만 주 14시간밖에 일하지 않다보니 급여가 적었다. 여러모로 생활비가 좀 더 필요했던 시기에 우연히 스**스(별다방)에서 바리스타를 구한다는 모집공고를 보게 되었다.


사장님은 더 좋은 곳에서 일하는 것이니 괜찮다며 흔쾌히 면접을 보게 해주셨다. 두근거리는 맘으로 별다방에 가서 면접을 보고, 일주일 후 합격 연락을 받았다. 정규직이다보니 여러가지 혜택이 많았다. 4대보험도 되고, 주휴수당도 받을 수 있고, 임직원 혜택도 빵빵했다. 하지만 그만큼 노동강도도 센 곳이었다.


별다방 정규직이 되다


이전까지 카페 알바 경험이 많아서 자신만만하게 들어갔는데 알고보니 내가 일했던 매장은 되도록이면 피하는 게 좋다는 2층, 화장실, DT 삼박자를 모두 갖춘 곳이었다. 매일 매시간이 피크타임이었다. 알바 생각하고 들어가면 큰 코 다치는 것이다.


입사 첫날에는 교육만 들었고 이튿날부터 바로 CS를 돌았다. CS는 그야말로 청소와 부재료 담당이다. 매장 테이블, 화장실, 컨디바, 출입문 등을 소독하고 청소하고, 큰 제빙기에서 얼음을 싣고 바로 옮기는 작업을 하고, 싱크에서 쌓인 설거지를 하고, 때마다 떨어진 재고 정리하는 일을 했다. 그런데 매장이 워낙 바빠서 거의 매 루틴마다 재고 정리를 해야했다.


그 사이 부재료도 계속 만들어서 채우고, 중간중간 다른 포지션의 요구 사항들을 실행해야 했다. 이 루틴을 앞치마에 타이머를 채우고 20분 간격으로 반복한다. 처음에는 20분 안에 해결하지 못한 일들도 많았고 허둥지둥 댔다. 그래도 같이 일하는 파트너 분들이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그걸 위안삼아 근무시간을 버텼다.


내가 일했던 곳은 DT 매장이라 모두 헤드셋을 끼고 일을 했다. 매장에 직접 찾아와서 주문하는 고객 외에 사이렌 오더, DT 주문이 넘쳐나다 보니 모두가 각자 자리에서 일을 하면서 계속 헤드셋을 들으면서 주문도 동시에 받는다. 그래서 다들 너무 바쁘고 여유가 없어 보였다.


대망의 명절 근무, 업무상 상병과 사직서


그렇게 이틀을 일하고 나니 바로 추석 연휴의 시작이었다. 정말 상상초월로 바빴다. 처음으로 헤드셋을 착용하고 일을하는데 정말 1초도 안쉬고 계속 주문들어오는 소리, 파트너들의 요청사항 등이 끊이지 않고 들려왔다. 귀와 몸이 약간 따로 놀아야 해서 멘붕이었다. 그래도 다른 파트너분들이 처음엔 다 어렵다고, 이건 시간이 해결해 준다고 격려해줘서 위안이 됐다. 지금까지 살면서 진짜 여러가지 일을 해봤는데, 늘 일 잘한다고 칭찬 많이 들어왔었는데 여기서는 바보가 되고 민폐인이 된 느낌이라 날로날로 자존감이 뚝뚝 떨어졌다.


DT 대기 차량이 200미터를 넘고 시내 사거리까지 영향을 줘서 경찰에 민원까지 들어올 정도였다. 같이 일한 파트너들도 모두 예민한 상태였고 다들 중간에 도망가지못해 슬퍼했다. 백룸에서 까지 늘 긴장상태였고 그와중에 DT손님, 사이렌오더손님, 매장방문손님 진짜 넘쳐나서 난 거기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안나오는게 도리어 신기할정도였다.


CS루틴 20분은 15분으로 줄어서 평소보다 1.5배로 빨리 움직여야만 했다. 하루에 나보다 큰 대용량 쓰레기를 수없이 버리러 왔다갔다 하는데 마구 버려지는 플라스틱 보면서 그 양에 시각적으로 압도되었고 잠에서까지 꽤나 괴로웠다. 하루는 우유팩챙겨서 제로웨이스트샵에 가져다줄까 생각만하다가 퇴근때되니 몸도 맘도 녹초가 되어서 실천한번못했다. 명절지옥을 겨우 버티고 이틀 휴무동안 계속 아팠다. 둘째 출산의 여파가 아직 남아있던 내 몸뚱아리는 결국 이 때 퇴사를 결정하게 된다. 같은 기간에 4명인가 5명이 줄지어 퇴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리유저블 컵과 트럭시위


명절기간동안 출근하면서 눈물이 날 만큼 힘들었는데 휴무 끝나고 출근하자마자 트럭시위의 트리거가 되었던 '리유저블컵' 프로모션을 준비해야했다. 리유저블컵 재고 들어온거 보면서 '아 다음주도 x됐다' 눈물 나왔는데 일하다가 손님이 쏟은 휘핑크림밟고 계단서 넘어져서 깁스를 했고, 나는 남은근무일수 못채우고 쉬다가 퇴사처리되었다. 평소같음 x됐다 했을텐데 추석 당일에도 동원돼서 미쳐날뛰는 매출 몸으로 때우느라 고생하다보니 오히려 다친게 감사할 정도였다.


KakaoTalk_20221125_102159075.jpg


사실, 리유저블컵도 플라스틱이라 권고사용횟수 10번정도 밖에 안되는데 덕분에 훌쩍 뛴 판매량에 부재료용 쓰레기랑 플라스틱이 명절때처럼 많이 나왔겠다 생각하니 눈 앞이 캄캄했다. 뉴스에서 별다방 직원들이 트럭 시위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왜 그러는지 정말 잘 알 것 같았다. 조용히 응원했다.


지금까지 여기저기 카페에서 많이 일해봤는데 진짜 철저하게 별다방 컨베이어벨트 부속품 된것 같아 괴로웠고, 출근할때마다 길에서 울었다. 이렇게 최단기간 그만둔 건 처음이라서 같이 일했던 모두에게 미안함만 남았다. 결론은 내가 못버틴거니까. 쓰자면 쓸말 많은데 대외비 규정 있어서 긁어부스럼 그만두고 여기까지. 이렇게 김천에서의 첫 정규직 취업기는 씁쓸하게 마무리..나는 다시 사람인과 워크넷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