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없이 수습기간, 혼란한 첫 출근

듣보잡 매거진 에디터의 성장기 2화

by 문슬아


2021년 10월


입사일을 이틀 앞둔 주말 이른 아침, 갑자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받자마자 "OO씨죠? 다름이 아니라 출근하기 전까지 매거진 이름을 몇가지 지어서 오세요." 자기 소개도 없이 다짜고짜 본론부터 훅 들어가는 이 사람은 누군가, 대표였다. 아니 근무 시작하기도 전에 일을 하라는 건가? 나는 문자를 보냈다. 갑작스럽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누구신지 파악이 안된 상태로 업무 지시가 내려져서 매우 당혹스럽고, 경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골자의 내용을 최대한 정중하게 풀고 풀어서 보냈다. 다급하게 다시 전화를 건 대표는 "아 저는 그런 뜻이 아니오라..."며 너무 신경쓰지 말고 출근 때 보자고 말하는 것이다.


'아 진짜 여기 도망가야 하는 곳인가?'

'그래도 일은 시작해보고 결정해도 되지 않을까?'

또 두 마음이 싸웠다. 혼란스러운 주말을 보내고 첫 출근.


나보다 일주일 먼저 근무를 시작한 매거진팀 디자이너 한 분과, 나와 같이 입사한 에디터 한 명, 그리고 팀장님과 함께 청소부터 시작했다. 대표는 언제나 늦게 오는 법인가. 뒤늦게 온 대표와 면담을 하는데 면접 때에는 말하지 않았던 수습기간이라는 게 툭 튀어나왔다. 3개월간은 월급의 90%인 수습급여를 받게 될 것이고, 수습이 끝난 후 4대보험 가입을 하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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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합의된 내용도 아니었고 너무 갑작스러웠다. 나는 정말 떠나야 겠다는 마음을 먹고 면접 때 합의되지 않은 내용이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고, 대표는 당황했다. 내가 없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뭐지....


회사의 불안정적인 재정상황을 장황하게 듣고난 후 나는 도망쳐야 했다. 그런데, 호소에 넘어갔다. 난 호구인가. 4대보험은 바로 드는 조건으로 수습기간을 갖기로 했다. 면담 이후 오전시간 동안 매거진 이름을 정하는 회의를 주구장창 했다. 이름을 정해야 바로 언론사 등록을 할 수 있다면서 급하게 이름을 정하는 것. 아직 우리의 방향성도 모르겠고, 매거진의 컨셉과 발행주기와 이런 것도 하나도 정해지지 않았는데. 그냥 일단 이름부터 정하자는 것이다. 영단어 두개를 억지스럽게 조합한 신생단어가 내가 다닐 직장의 이름이 되었다. 그리고 이 날 점심시간에 디자이너분은 갑자기 퇴사를 선언하셨다. 점심만 먹고 정말 집으로 가셨다.


같이 입사했는데 나는 편집장이라는 호칭이 생겼고, 동기 에디터는 '기자'님이 되었다. 혼란한 첫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