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인터뷰를 시작하다

듣보잡 매거진 에디터의 성장기 4화

by 문슬아

2021년 12월


기사 한 건 마다 조회수가 얼마나 되는지 거의 집착에 가까운 수준의 확인이 이뤄줬다. 대표는 발행한 지 막 일주일이 지났을 무렵 조회수 1위의 기사와 꼴지인 기사를 뽑아두고 둘의 차이점을 분석하는 작업 오더를 내렸다. 듣보잡 신생 홈페이지라 1위라봤자 100을 조금 넘는 조회수였고 최초의 인터뷰 기사로 사실상 인터뷰이의 지인들이 눌러준 조회수였기에 분석을 하기에는 큰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5만뷰를 꿈꾸는 대표에게 이 100이 넘는 작은 숫자는 건축자의 주춧돌마냥 아주 큰 의미를 주었다. 대표는 정보성 기사보다는 직접 인터뷰 취재를 해서 기사를 발행하니 조회수가 높은 것이라면서 앞으로는 인터뷰 비중을 대폭 늘리는 것으로 갑자기 방향을 틀었다.


그 즈음 나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코로나에 걸려서 2주간 출근을 못하게 되었고, 재택근무를 절대 허용하지 않은 대표의 방침에 따라 단톡알림도 꺼놓고 정말 가족의 돌봄과 회복에만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사이 대표는 다른 직원들에게 건강 매거진이니 병원 인터뷰를 나가야 한다며 경북 일대의 병원 리스트를 모두 작성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대표는 인터뷰를 통해서 종내에는 병원 광고를 받아오는 꿈을 꾸었다. 기자들은 내가 없는 동안 병원 리스트를 추리고, 병원에 우리 매거진을 홍보할 홍보 책자까지 만드는 일을 해야했다. 하지만 홍보할만한 레퍼토리가 없는 신생 매거진 답게, 전혀 알맹이 없는 PPT 몇장이 전부였다. 하지만 대표는 기어코 이걸 책자로 인쇄해서 병원에 뿌리자고 했다.


다시 회사에 복귀하자마자 퇴사 욕구가 올라왔지만, 마음을 추스르고 이 얼토당토 않은 홍보책자를 구석 책장에 고이 모셔놓고 인터뷰를 위한 시스템을 전부 개편하게 되었다. 모두들 나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물론 인터뷰 경험은 있지만 병원 의사들 인터뷰는 나도 해본적이 없기에 막막했다. 병원 인터뷰를 어떻게 나가야 하는 것인지 나는 다른 언론사 선배 기자들에게 개인적으로 연락을 돌려서 자문을 구하기도 하고, 타 언론사의 병원 인터뷰 기사를 수백건 살펴가며 우리만의 병원 인터뷰 매뉴얼을 만들었다.


나는 이전에 하던대로 병원을 제외한 여러 방면의 건강 관련 인사들을 꾸준히 인터뷰하고 있었는데, 대표는 얼른 병원 섭외를 해야 하지 않느냐고 압박을 주었다. 하지만 병원 섭외는 쉽지 않았다. 듣보잡 매거진에 시간을 할애해주는 병원은 많지 않았다. 하루에 30건 정도 연락을 돌리는데도 한 군데도 섭외가 안됐다. 이전 언론사에서 일할 때 인터뷰 제안을 거절당한 적이 거의 없었기에 약간 자신만만하게 전화를 돌렸는데, 섭외력은 내 능력이 아니라 언론사의 인지도였구나라는 것만 절실하게 깨닫게 되었다.


그러다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내 이명증의 주치의였던 한 대학병원의 조교수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는데, 선뜻 제안을 받아들여주셨다. 기적처럼. 그렇게 첫 '의사' 인터뷰가 성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