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보잡 매거진 에디터의 성장기 14화
2022년 8월
10월로 예정되었던 퇴사가 갑작스레 앞당겨졌다. 그동안 많은 이들이 회사를 오갔지만 대표는 내가 있기에 괜찮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심잡이인 내가 나가게 되니 여러가지로 고민이 많았다면, 언론팀을 정리하기로 했다고 말한다. 더이상 끌고 갈 동력이 없다고. 그러니까 매거진을 폐간하겠다는 것이었다.
사실 어느정도 예상하기는 했다. 인력과 지원이 턱없이 부족했던 상황에서 멱살 잡고 끌고 온 매거진이었다. 이제는 어느정도 성과가 보이기 시작해서 조금 더 가면 목표했던 언평위 심사도 넣을 수 있는데. 내가 없으면 다 무의미하다고 대표는 말했다.
이미 폐간예정인 매거진인데 더이상 기사를 발행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대표는 물었다. 마지막까지 많은 이들을 인터뷰 하고, 좋은 기사를 쓰고 마무리하고 싶었는데 그렇지 못하게 되었다. 서울에 있는 공동대표는, 그러니까 한번도 실제로 만난 적 없는 대표는 매거진 팀 전부를 내보내라고 했다고 한다. 나 때문에 다른 팀원들 마저 해고 위기에 처했다. 이건 불공정한 처사다.
난 매거진은 접지만 함께 일한 웹디자이너와 기자는 마케팅팀으로 합류할 수 있지 않느냐, 의사를 물어보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오늘 나와의 면담 후 대표는 순차적으로 팀원들을 면담했다. 모두들 갑작스러운 폐간 소식에 황당하고, 나의 빨라진 퇴사일정에 한 기자는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어쨌든 나에게 남은 날은 단 8월의 뜨거운 말일, 3일 뿐이었다. 그 시간동안 웹페이지를 정리하고 마케팅 블로그에 그동안 매거진 기사들을 아카이빙하는 작업을 했다. 블로그 세팅도 다시 했다. 폐간이라 따로 인수인계할 것은 없었다. 정리는 금방 끝났다. 마음의 정리는 좀 걸릴 것 같다.
황당하고, 아쉽고, 허무하고, 그러면서도 시원한 마음도 한켠에 있다. 어차피 일어난 일 별 수 있나. 제도적인 부분들 잘 챙기고 잘 인사하고 떠나야지 생각했다.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열심히 준비해야지. 남편은 도리어 잘되었다고 말해준다. 고성으로 가기 전 우리가족만의 시간을 많이 만들 수 있어서 좋다고. 또 내 건강이 요새 부쩍 안좋아져서 걱정이 많았던 남편은 이참에 병원도 다니고 운동도 하면서 체력을 기르자고 한다. 앞으로 우리가 해나가야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섭섭한 마음은 어쩔 수 없지만. 마음을 잘 지킬 수 있으면 좋겠다고 다짐하며 회사를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