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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길이 생긴다고? 민박 계획에 위기가 찾아왔다

별일이 다 있는 시골살이, 소식통을 만나는 게 중요하다

by 문슬아


2023. 3. 21.


우리집 거실에서 보이던 양 옆의 소나무밭 중 한 밭에 누군가 집을 짓기로 해서 이틀에 걸쳐 소나무가 모두 뽑혔다. 베인 것이 아니라서 그나마 다행인가. 소나무들은 뿌리에 붕대를 감은 것 같은 보호장치를 하고 트럭에 실려나갔다.


그 과정에서 kt 주케이블이 끊어졌고 우리집을 비롯한 몇 가구의 인터넷이 끊겼다. 안전모를 쓴 사람 여럿이 와서 대공사 끝에 다시 인터넷이 연결됐다. 그 사이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불시안전점검을 해야 해서 전화국 지점장이 왔고, 우리집 데크를 한참 둘러보고 왜 여기로 이사 왔냐며 말을 걸었다.


벚꽃이 피기 시작할 무렵부터 질 때까지가 바람이 가장 거센 시기라서 불조심하라고도 말하셨다. 저번에 큰 불도 이 시기에 난 거 알고 있을 테니 벚꽃이 경고등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나무가 사라진 자리로 저 멀리 울산바위 밑 델피노 리조트가 한눈에 들어왔다. 새로 집을 지을 땅주인이 전봇대를 옮기려고 해서 한전직원들도 다녀갔다.


올해 말부터 기차선로공사를 하는데 우리 집 앞 약 50m 앞으로 제진역까지 가는 선로가 생긴다고 한다. 옆집아주머니가 철도청에 다같이 민원을 넣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씀하셨다.


집에 혼자 있는 동안, 참 많은 사람들이 참 많은 이유로 말을 하고 갔다.


숲 속 작은 오두막처럼 누군가에게 쉼과 회복을 줄 수 있는 작은 독채 민박을 집 앞 빈 땅에 만들 생각으로 이사왔다. 시원한 소나무 뷰와 저 멀리 울산바위뷰. 조용한 시골동네, 청정공기, 바다까지 10분. 그리고 작은 오두막.


그런데 이 모든 환경조건들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아니 이미 실현되고 있었고, 우리의 계획은 위태위태해진 것.


한쪽 소나무 밭은 이미 황무지가 되었고, 그곳에 2층짜리 주택이 들어설 것이다. 집 앞으로 선로가 들어설 것이고 그로 인해 울산바위는 가려질 것이다. 올해 말부터 2027년 완공 때까지 이곳은 공사판일 것이므로 소음과 먼지가 우릴 둘러쌀 것이다. 미래의 상상 속 손님들이 한창 공사판인 곳으로 민박을 찾진 않을 것이 자명하다.


느린과 나는 진지하게 대화를 나눴다. 민박을 하려면 대출도 껴야 하는데 저런 리스크를 감당하면서까지 하고 싶은 일인가. 해야 하는 일인가. 생각보다 우리 둘 다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다.


그럼 앞으로 무얼 할 것인가. 어차피 민박은 부업이었고 남편은 직장을 구하기로 예전부터 이야기했다. 그리고 이사오자마자 구직실행 중이다. 나는 프리랜서 인터뷰어로 계속 일을 하면서 근근이 돈을 벌 것이다. 그럼 이사 온 이곳에서 우리가 하려던 '민박'의 자리에는 무엇이 들어갈 것인가.


우리의 고민은 원점으로 돌아왔다. 그 계획 끝에 '민박'이 다시 들어올지도 모르는 일이겠지만 어쨌든 좀 더 다양한 가능성들을 상상하며 다시 재정테이블을 열었다. 일단 3월은 있는 것 가지고 버티자. 어쩌면 4월도.


내일은 남편의 새로운 일자리 면접날이다. 잘 되었으면 좋겠네.


(3월 21일에 쓴 글이다. 그런데 업로드가 안 돼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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