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속 소년에게 귀 기울이게 되는 책
나이가 들어도 수그러들지 않는 반골기질을 보유한 나에게 제목부터 썩 마음에 들지 않는 책이었지만, 옆자리 막내가 추천해준 책이라 이성적으로 겸손한 마음을 장창하고 주문해서 읽었다. 두껍지 않고 가볍게 읽을 수 있어서 출퇴근 길에 읽었는데, 가볍게 읽고 오가는 사람들 모습을 보며 깊게 생각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미 나는 인생의 반환점을 지나버렸지만 그래도 한 번 더 생각해보기에 부족함이 없다. 사실 읽는 내내 궁금했던 것은 우리 아이들의 생각이었다. 그리고 어린 나의 모습을 떠올리며 추억에 잠기기도 했다. 가능하다면, 방학을 맞아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눠봐야겠다. 용돈을 미끼로ㅋ
가장 뒤에 붙어있는 글을 가장 먼저 소개하자면, 이 책은 일본이 동아시아를 침략했을 때, 어린 청소년들에게 국수주의와 반동사상을 넘어 인본주의를 알려주기 위해 기획되고 쓰여진 책이라고 한다. 1937년 7월에 처음 나오고, 태평양 전쟁 때는 출판이 금지되었다가 오늘에 이르렀다고 한다.
책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니지만, 가끔 고전을 읽을 때마다 놀라는 것은 사람의 생각이 기술이나 환경의 변화에 비해 매우 변화가 적다는 것이다. 조지 오웰의 1984를 읽을 때도 70년 전에 쓰여졌다고 믿기 힘들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전쟁에 미친 일본에도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생각에 기분이 묘했다.
내가 좋은 사람이 된다면 이 세상에 좋은 사람이 하나 더 늘어나는 거에요.
책을 소개시켜준 부서 막내가 책을 보면 떠오르는 문장이라고 하며 눈을 반짝인다. 나까지 마음이 훈훈해졌지만 무뚝뚝하게 "그렇구나" 한 마디만 했다. 반골기질이 풍부한 나에게도 이 책에서 나오는 바른 생활, 좋은 마음, 인간 다움에 대한 따스한 이야기들은 감동을 주기 충분했다. 하루가 다르게 세상을 잘, 아주 잘 알아가는 나이지만 그래도 내 마음은 소년이길, 내가 믿고 다짐했던 것들을 지키면서 살아 갈 수 있길, 호기심을 갖고 즐겁게 더 배우면서 살아갈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이미 나는 내가 얼마나 더 좋은 사람이 될지 장담할 수도, 다짐할 수도 없는 몸이 되었다. 나는 좋은 사람인척하지만, 너무 많이 부족한 사람이고 죄가 더 많은 사람이다. 하지만, 그렇다하더라도 마지막까지 포기하지는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할 수 있는 있을 것 같다. 나의 꿈이 흐릿해져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는 꿈을 꾸며 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언제까지 일지는 모르겠지만...
반골기질만큼 내게 풍부한 것은 고고한 허세다. 현실에서 내 생활은 허세나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 와중에도 나는 허세를 부린다. 예를 들면, 돈 벌려고 회사 다니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살거면 죽겠다. 노후를 위해 아무것도 필요없다. 내 모든 것을 사회 환원하겠다. 평소에는 입밖으로 낼 수 없는 말들이지만, 술자리에서 종종 튀어나온다. 다음날 아침에 부끄러움이 밀려온다. 다른 사람들 기분을 상하게 했을까봐 미안한 마음도 든다. 분명히 현실과 다른 헛소리이기에 허세가 맞다. 아주 고고한척하는 허세라서, 고고한 허세라고 붙여보았는데, 떠벌이지말고 실천하자고 스스로에게 반복적으로 되새기고 있다.
책에서는 사람이라면 느껴야할 감정과 사상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친구를 외면했을 때의 부끄러움, 용기 내지 못했던 내 자신에 대한 자책, 이해하기 힘든 만물이 이치를 자신의 방식으로 받아드리는 것과 나라는 존재 그 자체에서 우러나는 자긍심 등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나는 어른이고, 그런 생각들이 어떻게든 조합되어서 고고한 허세를 뿜어내는 지금의 내 모습이 되어 버렸다.
사람들의 그런 모습을 보고 옳다 그르다 좋다 나쁘다를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어떤 부분이 아주 많이 비어 있는 어른을 만날 때도 있다. 화가 나기보다는 안타깝다. 사연이 있었겠지만, 좋은 사연이 아니였을 것 같아서 안타깝다. 이 책을 그 사람들에게 권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겠지? 그래서 어린 청소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주변의 어린 청소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해주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