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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근의 꿈 Nov 22. 2020

어느 날 찾아온 고요한 여유

고요한 밤이다. 언제나 바쁜 일상으로 하루를 보내는 나에게 어느 날 고요한 밤이 찾아왔다. 아이들은 옆방에서 새근새근 잠이 들고 남편은 해외출장 3개월 동안 부재중이다. 다음날은 추석 연휴의 시작으로 회사도 출근하지 않는다. 코로나와 남편의 장기 출장으로 고향을 갈 수도 없어 집에 있기를 택한 어느 날 밤 찾아온 고요하고 여유 있는 밤이다.


얼마만인가. 이렇게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갖은 지. 결혼 후 처음인 듯하다. 솔로일 때 혼자서 여유 있게 보낸 밤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그때는 내 몸 챙기면 되기에 여유로 밤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항상 여유로웠으니. 하지만 결혼 후부터 해야 할 일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늘어다. 가족이 늘어날수록 행복도 커졌 내가 할 일도 커졌다. 무게 중심 유지라도 하는 걸까? 걱정도 커져 한쪽으로만 치우지지 않았다. 바쁜 일상은 가속도를 붙어 점점 빨라졌다. 6시 40분에 일어났던 아침은 5시에 30분에 일어나게 되었고 바쁜 하루에 얼룩덜룩 묻힌 피곤함을 청소하는 취침 시간은 점점 늦어졌다. 투잡을 하듯이 회사 업무가 끝나면 집안의 업무가 기다린다. 회사와 집의 거리가 있어 저녁은 대부분 8시를 넘긴다. 저녁 식사가 끝나면 빨리 치워야 한다. 한 번씩 게으름은 피우면 그만큼 피곤함을 청소하는 취침 시간이 짧아진다. 청소 시간이 짧으면 피곤의 얼룩은 다 지워지지 않아 다음날을 더 피곤하게 했다. 한 스텝 스텝  스텝. 기계처럼 척척척 움직인다. 기계처럼 움직여서 그런가? 나에 대해 생각해 볼 여유조차도 없었다. 그렇다고 이런 삶이 불만스럽거나 그러진 않다. 오히려 행복하다. 내 가족이 있어 행복하고 지킬 수 있어 행복하고 줄 수 있는 것이 있어 행복하다.

다만 이런 바쁜 삶에서 나 자신에 대해 여유를 주지 못한 미안함이 있다. 그러던 중 생각하지도 못 한 고요한 여유 찾아왔고 오직 나만을 위해 썼다.


맥주 한 캔을 들고 책상에 앉기 전까지는 여유가 찾아온지 몰랐다. 자정이 넘은 늦은 밤 글을 쓰기 위해 노트북을 켜고 시원한 맥주만큼 따는 소리도 시원했던 맥주를 한 모금 후 창밖봤다. 창밖은 어둠 속에서 충분한 휴식을 주기 위한 듯이 작은 불빛 몇 개 남이 있었다. 모두 자고 있는 밤에 혼자 자지 않고 밤 야경을 보는 나처럼. 그리곤 알았다. 오직 나에게만 쓸 수 있는 여유가 찾아왔다는 걸. 기대하지 않았던 것을 발견한 것처럼 기쁨이 컸고 설렘도 동반하였다.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면서 뷰가 예쁜 집에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하고 맥주 한 모금을 마시면서 느긋하게 내려가는 맥주를 음미하기도 했다. 켜 놓은 노트북에 다음 글자를 기다리고 있는 커서가 깜박이고 있었다.

'아, 모든 것에 여유가 있구나. 마음부터 행동 까지. 서두름이 없었다. 재촉을 받아 더욱 빨라진 내 행동에 이리 느긋한 여유로움이 주는 기분을 딱히 뭐라 설명해야 할까?

지구보다 훨씬 강한 중력 속에서 슬로 모션처럼 움직이는 기분이라 할까?

오랜만에 주는 여유로움 속에 [고요한 이 밤이 좋다]라는 글을 썼다. 재촉을 버리고 느낌을 실어 순간을 놓치지 않고 썼던 글을 보면 그때의 기분이 되살아 난다.


고요한 여유는 제 값어치를 말하듯 오래 머물지 못하고 지나갔지만 마음속에 흔적은 여전했다. 그리고 난 좋은 꿈을 꾸고 일어난 듯 다시 또 하루를 향해 달라가고 있다.

 언젠가 찾아올 평화롭고 고요한 여유를 느낄 수 있게 열심히 하루를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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