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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근의 꿈 Nov 28. 2020

난 어느 경계선 안에 있는가

한 번씩 누군가 만들어 놓은 경계선 안에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한다.  그리고 그 경계선 안에서 그곳이 기준이라고 여기고 세상의 모든 것을 기준으로 보려 하는 건 아닌지. 경계선 밖은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고 가서는 안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하여 경계선 밖에 있는 사람을 비난하고 상처를 주지 않았나를 생각해본다.  시간이 흘러 사람들은 경계선 밖에 있는 사람이 부러워 보인다. 경계선 밖에서도 살 수 있구나. 아무렇지 않구나 하는 늦은 깨달음. 자신이 속해 있는 그 경계선이 맞나?라고 뒤늦게 의문을 가지고 경계선 밖으로 나가본다. 한두 명의 사람들은 열명으로 그리고 백 명으로 늘어나고 사람들 발자국으로 경계선은 옅어지다 결국 사라진다. 경계선 밖에 있던 사람들은 경계선 안의 사람들이 나오는 게 기쁠 것이다. 자신은 다르지 않고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리고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 또 다른 경계선이 생기고 이를 반복한다.


1976년 우리나라 최초의 미니 스커트를 입은 윤복희가 비행기에서 내릴 때 계란 투척을 받은 장면을 본 적이 있다. 아주 어릴 적 우연히 티브이 자료 화면 제공으로 본 그 장면을 지금 생각하면 이해할 수 없는 일에 가깝지만 우리는 그 당시 경계선 안에 있는 사람으로 그것을 받아 들일수 없었다. 나와 다른 모습에 그리고 그리 거부감 없는 사람도 옆 사람이 놀라니 같이 놀라면서 같은 목소리를 낸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남들과 다르면 죄가 되는 것처럼 느껴지기에 많은 일에 생각을 앞세워 갈 수 없고 조금 뒤에서 바라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경계선이 잘못됐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다만 경계선이 그려지기 전에 한 번쯤 생각해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미니 스커트가 그 당시 사회적 분위기에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은 안다. 나와 파격적으로 다른 이의 생각을 쉽게 받아 들일수는 없으니 말이다. 다만 자신과 다르다고 하여 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것에 한번 생각해보자는 거다. 현재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이에 상처를 줬지만 몇 년 후 상처 준 사람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면 어떨 것인가? 몇 년 전 상처 줬던 손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를 수도 있다.


인간은 완벽하지 않다.  그리고 어쩜 나약한 존재이지 않을까 한다. 묶어 두지 않으면 쉽게 쓰러지거나 서 있지 못하는 존재이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면 적어도 우리를 묶어두는 경계선에 대해 자신만의 생각을 칠해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우리는 자신의 생각과 다른 누군가 그어 놓은 경계선에 쉽게 묶여있는 건 아닌지.


시간이 지나 보니 후회되는 말 중 하나가 "어떻게 저럴 수 있지? 나 같으면 안 그럴 것인데"이다. 그 당시에 타인의 이해할 수 없는 선택에 그리 호언장담하면서 절대 그러지 말자고 했건만 그 위치가 될 때도 더러 있었다. 그런 일이 한두 번 쌓이니 말을 조심하게 되었다. 

'어쩜 그 사람에게도 사정이라는 게 있을 수 있어. 내가 생각하지 못 한 사정이. 그리고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하여 잘못된 건 아니잖아? 내 생각이 검증되어 옳다는 보장도 없다. 그러니 섣불리 다른 사람을 평가하지 말자.'

이해할 수 없는 건 이리 반성하고도 한 번씩 같은 실수를 한다. 인간이 완벽하지 못해서 그런지 나 자신이 못나서 그런지 모르겠다. 하지만 또 하나 말할 수 있는 건 다짐이 여러 번 될수록 횟수는 줄어든다는 것이다. 

사회가 그린 경계선과 나가 그린 경계선 그리고 많은 집단이 그린 경계선이 있다. 우리는 많은 경계선 중 자신만의 색을 녹여 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칙칙한 부분을 자신만의 색으로 덧칠해 줄 수 있게 말이다. 

묻고 싶다. 나를 둘러싼 경계선에 나의 색은 얼마나 덧칠해져 있는지 말이다. 아님 덧칠 없이 그저 경계선 안에서 언젠가 누군가에게 지워지기를 기다리고 있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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