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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근의 꿈 Dec 01. 2020

여유롭다고 써지는 글이 아니다.

시간이 여유로우면 바쁠 때 보다 더 많고 깊글을 쓸 줄 알았다.

하지만 돈 많다고 다 행복하지 않듯 글도 여유롭다고 은 글이 써지는 게 아니었다. 아니 어쩜 바쁠 때 보다 더 못 썼다. 간절함의 차이인가? 아님 게으름인가?

바쁜 일들이 끝나고 오랫동안 기다린 휴가였다. 휴가만 주어지면 지친 마음을 달래고 글도 마음껏 쓰고자 했다. 바쁜 일상 후 잠시 휴식의 달콤함을 본다는 게 나태함을 가져왔다.


요즘처럼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전에는 글은 항상 내 생각에만 머물렀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고 심지어 주인공의 이름 혹은 1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써야 하는지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써야 하는지 고민하다 끝났다. 그리고 글 쓰는 것보다 말을 더 잘했다. 말을 글로 옮기면 과장 보태어 성공했으리라 생각했다. 한 번씩 말을 안 하면 그 능력이 글로 가는 것이 아닐까도 하는 엉뚱한 생각도 해 봤다. 물론 터무니없는 생각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올해 브런치를 통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생각보다 잘 써지고 쓰고 싶은 게 많았지만 시간은 항상 부족했다. 뒤도 보지 않고 달려가는 시간 속에 간간히 내 생각을 넣었다. 그럴 때면 하루 종일 간섭받지 않고 글을 쓰고 싶다 생각했다. 시간만 있으면 15만 자의 소설도 쓸건대라며 확신했다. 그리고 시간은 주어졌다. 15만 자의 소설은커녕 5천 자도 못 썼다.


아직은 나에게 글은 틈틈이 오는 거 같다. 아무래도 일을 하면서 쓰다 보니 바쁜 업무의 피로감도 많았다. 바쁜 일이 끝나니 마음의 휴식을 취하고자 함이 간절히 다가왔다. '이제까지 바빴으니 조금만 쉬었다 가자'라는 마음이 이제는 자신의 순서가 됐다고 촉했다. 휴식을 취하면서 시간에 쫓기지 않고 여유롭게 글을 쓰고 싶었다.

문제는 카카오 페이지의 웹툰과 소설에 빠져나오지 못 함에서 생겼다. 한번 몰입하면 끝을 볼 때까지 다른 것에 소홀하게 된다. 글도 예외 일수 없었다. 다른 점은 마음이 편하지 않고 불안하다는 거다.  글을 쓰지 않는 나 자신을 보면서 어린아이를  잠시 집에 두고 밖에 나온 기분처럼 안절부절 이었다. 결국 보던 웹툰과 소설을 닫고 '엄마 왔다'를 알리는 것처럼 바삐 글 하나를 써본다. 급하게 먹는 밥처럼 음미하진 못 했지만 안정감을 줬다. 예전에는 이런 느낌을 받지 못했는데  글을 쓰기로 마음먹고 도전을 실천한 후 돌봐야 하는 아이 같은 존재가 되었다. 


주말 포함하여 9일간의 휴가을 글에 집중하지 못함이 무척 아쉽고 속상했다. 역시 세상은 생각과 다짐처럼 돌아가지 않나 보다. 나를 시험하듯이. 뭔가 하나 만들 줄 알았는데 다짐에 대한 반성이 남았다.

대신 이제는 글이 나에게 어떤 존재인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시간만 주어진다는 말은 하나의 핑계일 뿐이니 지금 당장 글을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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