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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근의 꿈 Dec 16. 2020

자신에게 한번 솔직해 보자

사촌이 땅을 사면 당연히 배가 아프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픕니까?"

누군가 나에게 이리 묻는 다면 

"네, 그렇습니다"라고 이제는 말할 수 있을 거 같다.


어릴 적 저 속담에 대한 인식과 생각은

"그 사람은 나쁜 사람이구나. 좋은 일에 배가 아프다니."

누군가를 미워해서도 안되고 나쁜 생각을 가져서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을 일반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때는 당연히 착하게 살고 착한 생각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동화 속에 나오는 악당의 나쁜 말과 생각은 안되고 무조건 착한 주공인처럼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현실을 살면서 그리고 나이를 먹으면서 느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것을. 내 땅 보다 더 큰 땅을 살 때 말이다.

하지만 배가 아팠어도 아프다고 표현하지 못했다. 일반적이지 않을까 봐. 아닌 척을 했다.

겉으로는 아닌 척 "잘됐다. 축하해"라는 말을 하고 속으로는 '부럽다. 난 왜 사지 못 하는 걸까'라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스트레스받게 했다. 그리고 배가 아파온다. 진통제를 먹어도 멈추지 않고 병원에 가도 처방전을 받을 수 없는 배 아픔이다.



올해는 무척 힘들었던 해였다. 

코로나로 인한 집안일로 / 업무량이 늘어난 회사 일로 / 그리고 작년 말 구입한 부동산으로 인한 돈문제로. 

작년 말 큰 결심으로 앞으로 30년 살 수 있는 집을 계약했다. 바로 재건축 아파트였다. 용감했던 건지 재건축에 대해 별다른 지식은 없었다. 다만 새로 지으면 30년 정도 살 수 있었고 위치가 자연 친화적이어서 좋았다. 귀촌을 하기는 힘들 거 같으니 자연으로 둘러 쌓인 곳이면 좋겠다 생각하여 계약했다. 그 당시 계약할 때만 해도 대출은 충분히 가능했다. 적은 돈의 대출은 아니었지만 맞벌이였고 회사를 좀 더 오래 다닐 계획이었다. 

당시 이런 말을 했다. 

"세계 경제가 휘청 거리지만 않으면 빚은 충분히 갚을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정 힘들면 그냥 팔면 되죠"

뭐가 안 되는 해의 조짐이었을까? 

세계 경제가 휘청 거릴 일이 전쟁 말고 더 있겠나 싶었다.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은 드물기에.

그때는 생각하지 못했다. 코로나가 세계 경제를 휘청 거릴 수 있다는 것을.

코로나가 찾아오기 전에는 대출 규제가 시작되어 힘들게 했다. 계약 당시와 다르게 대출이 많이 막혀 버렸다.

향후에 필요한 총 대출 금액과 이자 등을 현재까지 계산기를 두들리고 있는 상태다.

그리고 몇 달 후 코로나가 찾아왔다. 기존 대출 문제도 벅찬데 또 다른 걱정까지 왔다. 혹 코로나로 인한 회사 경영 악화로 그만두게 되면 대출을 어떻게 갚아야 하나. 집을 팔면 되지 했지만 투기지역 재건축 아파트는 집을 팔 수가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고 나의 무지함에 놀랍고 허탈함까지 느꼈다.



내가 힘들다고 하여 남들도 힘든 건 아니다. 청약에 당첨되어 대출도 쉽게 받고 더불어 집값이 상승한 사람도 있었다. 분양권으로 짧은 기간에 1억이 넘게 버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는 이제까지 무얼 했나. 두 아이를 맡기고 새벽부터 출근하고 퇴근 후에도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기 바빴다. 그런데 그 대가가 이런 것인가? 왜 맞벌이를 하고 있을까? 집 한 채 잘 사면 이런 고생 안 해도 되는데.'

사람이 힘들 때 긍정적인 생각을 하기 쉽지 않다. 후회는 한탄을 부르고 한탄은 허무함을 부른다. 그 허무함은 자꾸 바꿀 수 없는 뒤를 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나는 이런 감정들을 가지고 남들 앞에서 축하를 말한다.


이때부터 외면과 내면이 격하게 싸움을 한다. 예전에는 이 싸움을 방관했다. 왜인지는 잘 모르겠다. 정답을 몰라서 일 수도 있을 듯하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정답은 아니지만 나 자신을 위해 그리고 미래를 위해 짚고 넘어가야 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픈 건 적어도 나에게는 사실이다. 그러니 아파하고 아프다고 말해라.

솔직하지 못 한 나의 모습에 나는 또 한 번 아파해야 한다. 

'배가 아프면 난 일반적인 사람에서 벗어나는 건가? 나쁜 사람이 되는 건가? 속 좁은 인간이 되는 건가? 옹졸해지는 건가? 치졸한가?'

잘 풀리지 않는 한 해로 힘든데 아픔을 아프다고 말하지 못하여 나 자신을 더욱 병들게 했다.

이런 상황이 싫었다. 아픔을 계속 가지고 가는 것도 싫었다. 그럼 해결책을 찾아보자.


첫 번째로 찾은 대책이 나 자신을 인정함이다. 난 선인 군자가 아니다. 욕심이 없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욕심이 많다. 그럼 나의 솔직함을 인정하자. 난 욕심이 많기에 사촌이 땅을 살 때 배가 아프다. 인정하기로 했다. 처방전이 내려진 순간이다.


두 번째 그럼 그렇게 계속 배만 아파할 것인가? 가만히 있는 건 내 적성에 맞지 않다. 가만히 있으면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

아이들은 종종 나에게 "엄마, 이게 잘 안돼." "엄마 나 이거 못 하겠어"라고 말할 때가 있다.

가만히 있으면서 안된다는 말만 하는 딸들을 보며 기대했던 답이 아닌 답변을 한다.

"안된다고 가만히 있으면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어. 안되면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찾아 움직이도록 해야지."

6살과 11살 아이에게 너무 어려운 답변이다. 하지만 나는 아이들이 움직이길 바란다.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을 조그마한 일에서 하나씩 늘려가고 싶다.

그런 적용은 나 역시 마찬가지다. 더욱더 카드 값을 줄이고 열심히 회사를 다니고 그리고 언젠가 세상에 내 글들이 알려지도록 열심히 글을 쓰는 거다. 그런 긍정적인 생각은 나에게 희망을 준다. 이렇게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좋은 소식이 들려오고 빛이 들어와 좁았던 길이 확 넓어지지 않을까 싶다.


나에게는 해결책이 있다. 그럼 된 거다. 해결책을 세우니 사촌이 땅을 사도 배가 아프지 않았다. 나에겐 해야 할 일들이 있었고 이 일들이 다 끝나면 나에게도 땅이 생기니 말이다. 

난 내가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다른 사람이 가진 것을 축하해 줄 수 있는 인간인 듯하다. 그럼 많은 사람들을 축하해주기 위해서는 더욱 열심히 살면 되는 것이다.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자. 단순히 열심히 산다는 생각 만으로 진심으로 남을 축하해 줄 수 있다는 나 자신에 만족하면 된다. 지금은 그렇게 만족하면 되는 듯하다.

이제는 솔직하게 말할 수 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는 아프지만 나에게는 처방전과 예방책이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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