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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근의 꿈 Nov 06. 2020

그래도 매미는 운다.

올여름에 찍었던 사진이다.

길어진 장마에 적응이 되지 않던 도중 베란다 방충망에 매달린 매미를 아이들이 발견했다.

첫째 아이"매미다"를 외치며 달려갔고 둘째는 무서워하면서 다가갔다. 빗속에 지쳐 잠시 쉬어가는 매미가 안쓰러워 아이들에게 방해되지 않게 모른 척 해주자 했다.  매미에게 다가가는 아이들의 모습과 함께 매미를 쳐다본 난 안쓰러운 생각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열심히 사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도 견디기 힘들었던  긴 장마에도 굴하지 않고 말이다.


여름이 지나 가을이 오고 이제는 겨울이 오려한다. 계절도 몇 번을 지나갔건만 코로나는 아직이다. 장기화가 될수록 고통받는 사람들이 늘어날 텐데 이런 사람들의 마음도 모르고 계속 머무는 코로나가 원망스럽기도 하다.

처음에는 힘들다 힘들다는 소리가 이제는 죽겠다 죽겠다는 소리로 변해가고 있.

형제 중 바로 위에 있는 오빠가 대학교 인근에서 호프집을 한다. 작년에 힘든 일을 겪고 다시 재기의 마음으로 운 좋게 조그마한 호프집을 오픈했다. 가장 성수기인 올 2월부터 4월을 가장 손님 없이 힘들게 보냈다. 비대면 수업으로 학교에 학생들이 없기 때문이다. 옆에서 보고 있자니 안쓰러움이 한가득 몰려온다. 잘 견뎌주기만을 바라는 마음으로 안주로 육포나 김부각을 만들어 보내주곤 했다.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되겠나 싶지만 그래도 그 조그마한 온기가 힘들 때 버팀목이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비단 오빠의 경우만 사정이 안 좋은 게 아니다. 그나마 아직 결혼을 하지 않는 오빠는 사정이 나은 편이었고 결혼하여 아이까지 있는 집은 더 했. 대출을 받고 또 하나의 짐을 어깨에 짊어졌다. 그럼에도 앞으로 나아가야 하니깐. 하지만 모두 다 앞으로 나아가는 건 아니었다. 힘듦을 견디다 못해 좋지 않은 선택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멀리서 들려왔다. 그런 말을 들었을 때 안타까움이 밀려옴과 동시에 가까운 가족들부터 지인들 얼굴들을 떠올리며 잘 있나, 별일 없나 걱정을 하게 된다. 아무 일 없이 조금만 더 버텨 달라고 마음속으로 빌면서 말이다. 

걸치는 것 하나 없는 매미가 인정사정없이 쏟아붓는 비바람을 견 것처럼 이겨내 주기를 바란다. 멈추지 않 것 같은 올여름 장마도 결국 가을이 다가오니 멈추게 되듯이 이 코로나 역시 멈추는 날이 오지 않겠는가. 그러니 지금 힘든 모든 사람들에게 조금만 더 버텨서 이겨 내 달라고 말하고 싶다. 움츠렸던 만큼 앞으로 나아갈 날이 올 거라고.


매미는 비바람이 잠시 멈춘 사이 방충망을 떠났다. 자신의 일을 하기 위해. 그리고 잠시 후 매미의 울음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희망의 소리를. 우리에게도 희망의 소리를 외칠 날이 빨리 오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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