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아이는 "매미다"를 외치며 달려갔고 둘째는 무서워하면서 다가갔다. 빗속에 지쳐 잠시 쉬어가는 매미가 안쓰러워 아이들에게 방해되지 않게 모른 척 해주자 했다. 매미에게 다가가는 아이들의 모습과 함께 매미를 쳐다본 난 안쓰러운 생각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열심히 사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사람도 견디기 힘들었던 그 긴 장마에도 굴하지 않고 말이다.
여름이 지나 가을이 오고 이제는 겨울이 오려한다. 계절도 몇 번을 지나갔건만 코로나는 아직이다. 장기화가 될수록 고통받는 사람들이 늘어날 텐데 이런 사람들의 마음도 모르고 계속 머무는 코로나가 원망스럽기도 하다.
처음에는 힘들다 힘들다는 소리가 이제는 죽겠다 죽겠다는 소리로 변해가고 있다.
형제 중 바로 위에 있는 오빠가 대학교 인근에서 호프집을 한다. 작년에 힘든 일을 겪고 다시 재기의 마음으로 운 좋게 조그마한 호프집을 오픈했다. 가장 성수기인 올 2월부터 4월을 가장 손님 없이 힘들게 보냈다. 비대면 수업으로 학교에 학생들이 없기 때문이다.옆에서 보고 있자니 안쓰러움이 한가득 몰려온다. 잘 견뎌주기만을 바라는 마음으로 안주로 육포나 김부각을 만들어 보내주곤 했다.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되겠나 싶지만 그래도 그 조그마한 온기가 힘들 때버팀목이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비단 오빠의 경우만사정이 안 좋은 게 아니다. 그나마 아직 결혼을 하지 않는 오빠는사정이 나은 편이었고 결혼하여 아이까지 있는 집은 더 했다. 대출을 받고 또 하나의 짐을 어깨에 짊어졌다. 그럼에도 앞으로 나아가야 하니깐. 하지만 모두 다 앞으로 나아가는 건 아니었다. 힘듦을 견디다 못해 좋지 않은 선택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멀리서 들려왔다. 그런 말을 들었을 때 안타까움이 밀려옴과 동시에 가까운 가족들부터 지인들 얼굴들을 떠올리며 잘 있나, 별일 없나 걱정을 하게 된다. 아무 일 없이 조금만 더 버텨 달라고마음속으로 빌면서 말이다.
걸치는 것 하나 없는 매미가 인정사정없이 쏟아붓는 비바람을 견딘 것처럼 이겨내 주기를 바란다. 멈추지 않을 것 같은 올여름 장마도 결국 가을이 다가오니 멈추게 되듯이 이 코로나 역시 멈추는 날이 오지 않겠는가. 그러니 지금 힘든 모든 사람들에게 조금만 더 버텨서 이겨 내 달라고 말하고 싶다. 움츠렸던 만큼 앞으로 나아갈 날이 올 거라고.
매미는 비바람이 잠시 멈춘 사이 방충망을 떠났다. 자신의 일을 하기 위해. 그리고 잠시 후 매미의 울음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희망의 소리를. 우리에게도 희망의 소리를 외칠 날이 빨리 오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