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편한데 마음은 편하지 않는 자가격리

by 당근의 꿈

하루 코로나 확진자가 1000 명이 넘어섰다.

기사로만 봤던 1000명이 넘는 숫자에 다들 시키지 않아도 마스크를 더욱더 철저히 했다. 그럼에도 확진자는 줄어들지 않고 급기야 회사에서는 10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왔다.

주말에 김장과 제사로 친정과 시댁을 가야 하는 일정으로 걱정스럽게 하루를 보내고 있는 어느 날 회사로부터 문자 한 통을 받았다.


걱정했던 일이 현실이 되었다.

올해 허리 수술을 한 친정엄마를 돕기 위해 평소보다 넉넉히 휴가를 내서 내려갈 계획이었다. 아직 감염은 되지 않았고 밀접 접촉자니 어쩜 자가격리가 빨리 해제될 수 있다는 희망적인 생각은 하루를 가지 못 하고 보건소로부터 연락이 왔다. 자가격리 확정이 된 것이다.


"엄마, 나 자가 격리되어서 못 내려갈 거 같아. 김장 어떻게 하지? 엄마 무리하면 안 되는데. 못 할거 같으면 다 버리자. 아픈 거 보단 낫잖아."

전화로 엄마를 설득하고 싶었지만 설득이 될 일이 아니었다.

"김치를 어떻게 버린다냐. 외숙모가 와서 비벼 주기로 했으니 걱정하지 말고 너나 조심해라."

안심시키기 위해 걱정 말라했지만 중간중간 무거운 목소리를 느낄 수 있었다. 엄마도 내 손길이 간절하구나를 느 수 있었다.

이리하여 몸은 편한데 마음이 불편한 자가격리가 시작되었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었다. 결혼 후부터 집안일로 투잡을 하는 내 일상에서 집안일이 마비가 된 것이다.

개인 사정으로 언니 식구와 2년을 같이 살게 되어 집안일도 많다. 나름 각자가 역할이 있는데 주방을 담당하는 내 업무가 펑크가 난 것이다. 방에서 격리 중에도 밥 걱정이 되던지 움직이지 않아 몸은 편하지만 마음은 어찌나 불편한지 모르겠다.


오전에 끓여 놓은 실래기 국에 신랑이 계란 프라이를 하여 가져다줬다. 갑작스러운 통보로 반찬 준비를 하지 못 함이 아쉬움을 남겼다.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먹는 저녁이라 나에겐 진수성찬처럼 생각했지만 다른 식구들도 이리 먹는다니 이것 역시 불편했다.


'생선이라도 하나 구워 줘야 하는데.

곱창김을 구워 김에 싸 먹게 해줘야 하는데.'


몇 가지 반찬들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지만 희망사항일 뿐이다.

격리 기간 동안에는 이 상황이 익숙해질 수밖에 없지만 10년이 넘게 했던 행동들이 쉽게 바뀔 수 없는듯하다. 밥에 대한 애착이 큰 나에게는 더욱이 말이다.


아마 엄마도 마찬가지였던 듯하다. 나는 쉽게 했던 말. 힘드니 올해 김치는 없는 셈 치고 버리자 했지만 50년 가까이했던 김장을 어찌 버리겠는가. 마음이 불편해서 절대 허용해주지 않을 일이다.

나 역시 자가격리 동안에는 마음 편할 날이 없을 듯하다. 격이 동안 내가 해 줄 수 있는 최선인 메뉴 선정을 하면서 불편한 마음을 조금 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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