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하지 않게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다.
아침인데도 어두운 하늘을 보니 어제에 이어 비가 계속 내리고 있었다.
쌀쌀한 날씨에 비까지 오니 따끈한 칼국수와 모둠전이 만들고 싶어졌다.
모둠전은 재료가 없으니 일단 재료부터 있는 칼국수를 만들기로 했다.
번개로 만든 칼국수이니 멸치 칼국수가 좋은 듯하다.
예전에 볶음밥 하기 위해 썰어서 냉동해 놓은 호박도 있고 하니.
냉장고를 열어보니 칼국수가 1인분 밖에 없었다. 잔치국수도 함께 하기로 했다. 둘 다 비 오는 날에 딱인 음식이니.
준비할 재료
면 : 칼국수 면 1인분, 소면 2인분
육수 : 다시 멸치 한주먹, 다시마
다진 마늘 두 스푼, 호박 및 대파, 소금, 집간장
김치 고명 : 잘 익은 김치, 참기름 듬뿍, 고춧가루, 설탕 한 꼬집
다시마와 멸치로 육수를 내어준다.
보통은 다시마를 10분 후에 꺼내 주는데 내 경우는 끝까지 육수를 낸다. 끈적임은 거품과 함께 걷어 내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진하고 빨리 육수를 내고 싶을 때는 멸치 양을 더 늘리면 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오래 끓이는데 멸치가 펴지면 육수가 거의 나온 거다.
(나의 모든 육수는 멸치가 들어간다. 고기 육수를 그리 좋아하지 않기에 떡국이든 미역국이든 멸치 육수를 주로 이용한다. 이때 멸치 상태도 상당히 중요한데 좋은 멸치가 좋은 육수를 내는 건 말하지 않아도 다 알 것이다.)
텁텁한 밀가루가 싫어 한번 팔팔 끓여준다. 국수면과 다르게 칼국수 면은 익는데 시간이 좀 걸리다. 면을 집어 투명하면 익은 것이니 참고하면 좋다.
면이 어느 정도 익으면(완전히는 익히지 마세요. 육수 넣고 또 끓여야 해요) 건져 육수를 부어 다시 한번 끓인다.
볶음밥 하려 썰어 놓은 호박을 이리 유용하게 사용할 줄이야. 호박과 파, 마늘을 넣고 끓여준다.
간은 소금으로 한다. 멸치 육수를 잘 내면 소금을 조금만 넣어도 되지만 12시에 한의원 예약을 해서 시간이 얼마 없어 소금이 평소보다 더 필요했다.
맛 평가
자극적이지 않고 깔끔하다. 먹어도 먹어도 짜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칼국수 면에서 소금 간이 되어있는데 끓인 물을 버렸으니 말이다.
깔끔한 칼국수는 잘 익은 김치와 함께하면 그 누구도 부럽지 않은 한 끼가 된다.
잔치 국수 만들기
육수는 아직도 팔팔 끓고 있는 멸치 육수를 사용한다.
처음부터 큰 냄비에 넉넉히 끓여 놓으면 남은 육수로 여러 요리에 사용 가능하다.
소면은 빨리 익는다. 그래서 사전에 필요한 재료를 미리 해 놓아야 한다. 바로 김치 고명.
작년에 엄마가 만들어 주신 김치를 꺼내 국물을 짜고 송송 썰어 참기름, 설탕, 고춧가루, 통깨를 넣고 버무리면 끝.
설탕은 신 맛을 잡아 준다. 그래서 김치볶음밥 할 때면 김치에 설탕을 살짝 넣어주면 좋다. 주의할 점은 설탕을 너무 많이 넣으면 되돌아올 수 없는 길을 걷는 것과 같다.
짜고 맵고 한 것들은 잡기 쉽지만 단 맛은 쉽지 않으니 중간중간 넣으면서 간을 보는 것이 좋다.
요리할 때 냄비와 볼은 재료보다 큰 것이 좋다.
새로운 냄비 꺼내는 게 싫어 칼국수 삶는 냄비에 삶았더니 저리 탔다. 데코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소면을 넣고 끓여 오르면 물을 한두 번 더 넣어 끓여 준다.
중간에 찬물을 넣어 줘야 쫄깃하다고 해서 습관적으로 하는데 한번 중간 물 투여할 때와 아닐 때를 비교해 보고 싶다.
이건 다음에 시간 났을 때 하기로.
삶은 소면을 찬물에 헹구면 이제 거의 다 되어 간다.
칼국수처럼 호박과 파 마늘 집간장 소금 넣고 간을 하면 딱이다.
칼국수는 소금만 넣었고 잔치 국수는 집간장까지 넣어 줬다.
역시 깔끔하니 좋다. 잔치 국수는 좀 더 진한 육수가 좋지만 시간이 허락해 주지 않아 깔끔한 잔치 국수로 완료.
아이들이 너무 잘 먹었다. 밥도 말아먹고 싶어 한 그릇 준비했지만 김치와 김에 먹어 다 먹어 말아먹진 못 했다.
이날 한의원에 가서 치료하고 나온 길 칼국수 집에 손님들로 꽉 차 있었다. 역시 비 오는 날에 당기는 것은 비슷하나 보다.
아침으로 탁월한 선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