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의 여름 방학 점심 메뉴- 김밥은 사랑입니다

아이들 방학이 시작되었다

by 당근의 꿈

7월 장마가 끝나가자 아이들 방학 소식이 들려왔다.

일정은 대략 알고 있었으나 외면을 하고자 했던지 새롭게 듣는 듯했다.

어느새 방학이 기다려지는 나이에서 방학을 외면하고자 하는 나이가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릴 적 엄마가 왜 그리 방학이 싫었는지도 알듯 하다.


현재 아이들이 방학을 하여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점심이다.

맞벌이 부부이기에 점심때 아이들 밥을 차려 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럴 때 학교에서 무상 급식의 감사함을 느낀다.

밥을 차려주지 못하는 환경에서 학교에서 급식을 준다는 것은 엄마들에게 육체와 마음의 해방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아직도 새벽부터 일어나 도시락 5개씩 싸시는 엄마의 모습을 선명히 기억하고 있다. 졸린 새벽잠을 이기고 찰랑찰랑 아침밥이 만들어지는 소리에 밥통 5개와 반찬 통 5개가 나란히 줄 서서 엄마의 손길에 하나씩 채워가는 그 모습.

그런 엄마의 정성 들인 밥을 기억해서인지 급식 보다 도시락을 좋아하고 외식 보다 집밥을 좋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 5일 도시락을 만들어야 한다면 결단콘 자신 없다 말할 수 있다.

웬만히 부지런한 나 역시도 일을 하면서 새벽부터 매일 같이 도시락을 만드는 일에는 엄두가 안 날듯 하다.


그렇게 점심을 잘 해결하고 있던 날들이 방학과 함께 고민을 들고 왔다.


"대체 점심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밑반찬을 좀 만들어야겠다."

"될 수 있으면 최대한 가스레인지는 만지지 않도록 해야겠지?"

"하지만 국을 데워 먹기 위해서는 켜야 하는데..."

"한 번씩은 분식집에서 해결하라고 할까?"

"아~, 회사가 제발 좀 가까웠으면 좋겠다. 어디 집 근처에서 취업할 곳은 없을까?"

"대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해결하지?"


위와 같은 고민들과 생각들이 날마다 돌고 돈다.

그래도 내 경우는 재작년까지 언니가 아이들을 돌봐줘서 방학이 걱정되지 않았다.

작년에는 남편이 회사를 그만두고 쉬었기에 남편이 잘 해결해 주고.

처음으로 오롯이 맞벌이 부부의 리얼 방학을 맞이한 셈이다.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 땡... 드디어 방학 시작~~~

아이들은 신나고 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그래도 누군가 즐거워한다는 것은 다행이다.


일단 일요일에 최대한 많은 음식을 해야 했다.

바로 한 음식이 맛있겠지만 어쩌겠는가. 평일에는 저녁 먹기도 바쁜 시간인걸...


그리하여 만든 음식을 소개합니다.

마른반찬 3종 세트 나와 주세요~~~

1. 진미채 볶음 - 고추장 버전

2. 명엽채 볶음

3. 멸치 볶음


아 그런데 멸치 볶음 할 때 조금만 덜어서 꽈리 넣으면 4개가 되잖아. 그럼 만든 반찬도 4개나 되고 흐흐흐

멸치 볶음하기 전 일부 멸치를 덜어 놓아 웅크리고 자고 있는 듯한 꽈리고추를 넣어 줬다.

실은 꽈리고추의 맛과 향을 좋아해서 그 핑계로 좋아하는 음식도 만들어 봤다.

그리고 또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 냉장고에 있던 염장 미역줄기가 있었다.

한 번씩 해줄 때마다 잘 먹는 모습이 생각나 부랴부랴 미열줄기 볶음도 만들었다.

몸에 좋은 들기름을 잔뜩 넣어서...


말려 놓은 고구마 순도 있어 볶음 할까 했으나 너무 많은 음식을 하면 상할 듯하여 일단 반찬은 여기서 끝.

이 정도면 일주일을 버틸 수 있겠지? 하고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


그날 저녁은 김밥이었다. 평소 집에서 만드는 김밥을 좋아하기에 자주 해 먹고 또 남은 김밥을 다음 날 아점으로 주면 또 한 끼가 해결되지 않은가? 방학 때는 아점으로. 학교 다닐 때는 아침으로 정말 좋은 듯하다.


"오늘 저녁과 내일 먹을 김밥 할 건데 꼬마 김밥할까? 아님 일반 김밥 할까?

들인 시간이 정성과 비례해서 그런 걸까? 김밥은 맛있지만 시간이 만들어 간다.

재료 준비한 1시간이다. 그럼 만들고 먹는 시간은 얼마나 더 걸리겠는가.

그래서 우리 집은 셀프 꼬마 김밥을 만들어 먹는다. 재료만 준비되면 알아서 좋아하는 재료 넣고 돌돌 말면 끝

시간이 넉넉할 때는 일반 김밥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아무래도 완성도가 다르니 한 번씩 선호하기도 한다.

"엄마, 꼬마 김밥. 왜냐하면 일반 김밥은 너무 커서 먹기 힘들어"

아, 그렇구나. 아이들에게는 입에 넣기에 김밥이 너무 컸던 거구나.

어릴 적에는 김밥을 자주 먹는 일이 없었기에 크기에 상관없이 무조건 좋았는데 자주 먹다 보니 사이즈의 불편함도 보이는 구나. 아니면 어릴 적에는 꼬마 김밥이 없었기에 비교 케이스가 없었던 것일 수도 있다.

그리하여 그날은 꼬마 김밥으로 당첨~~~


김밥.jpg

역시 여전히 1시간을 들여 재료 준비를 하였고 밥도 압력솥 한 가득을 하였다.

아이들이 언제든 밥 먹고 싶으면 냉동실에서 꺼내 먹을 수 있게 김밥을 만들고도 남을 만큼의 밥을 했다.

이리 준비를 하니 마음의 한가위처럼 풍요로워졌다.

무엇이 와도 며칠은 견딜 수 있는 그런 포만감을 느꼈다.

뿌듯한 마음으로 정리를 하고 내일 아점으로 맛있게 꼬마 김밥을 먹는 모습을 생각하며 잘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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