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의 여름 방학 점심 메뉴- 영양 듬뿍 유부초밥

왜 대체 만들어 놓은 것들을 안 먹는 거지?

by 당근의 꿈

생각대로 월요일은 아이들이 김밥을 깨끗하게 클리어했다.

밥을 하는 엄마로서 이럴 때가 가장 기쁘다.

직장 생활로 바쁜 와중 힘들게 만든 밥을 아이들이 잘 먹어 줄 때.

하지만 이런 모습은 쉽게 볼 수 없다. 음식이 풍족하여 넘쳐나는 이 시대에는 말이다.


어쨌든 이튿날에는 당연히 밥에 반찬을 먹을 줄 알았다.

하지만 인생이 어디 생각대로 그리고 계획대로 돌아가던가.

집에 와서 봤더니 반찬도 그대로. 밥도 그대로였다.

대신 시리얼과 우유 그리고 수저들이 이리저리 널려있는 모습만 보였다.

마음먹고 만든 음식을 대체 왜 안 먹냐고~~~ 마음속으로 외쳤다.


"서윤아, 왜 밥 안 먹었어?"

"어, 배도 안 고프고 꺼내 먹기가 귀찮았어."


세상을 자기중심적으로 보면 이런 오류를 범할 수 있다.

내가 할 줄 안다고 애들도 당연히 잘할 줄 알았다.

하지만 아이들은 밥을 하는 주체가 아니라 먹는 주체이다.

밥상에 밥이 있어 먹는 주체이다 보니 밥상에 밥이 없으니 주체는 밥을 먹지 않은 것이다.

밥을 차려 먹는 습관을 들이도록 할까? 하다 한편으로는 방학이라 움직임도 없으니 배가 안 고팠을 듯하다.

그러니 꺼내 먹는 건 생각도 안 한 듯하다.

더위 또한 한 보탬이 되었다.

한 달 가까운 장마 뒤로 불볕더위가 찾아왔다.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충분히 땀이 나고 지치게 만드는 계절이다.

밥보다 시원한 냉면이나 땀 배출로 자꾸만 시원한 음료나 아이스크림을 찾게 된다.

어른들도 그러한데 단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다.

간혹 둘째가 "엄마, 나 아이스크림 먹어도 돼?"라고 전화가 오면 더우니 어쩔 수 없어 "그래 먹어"라고 대답했으나 아이스크림이 밥이 될 줄은 몰랐다.

급기야 둘째는 밥은 잘 안 먹고 찬 것과 과일만 먹더니 배까지 아팠다.

건강을 위해서도 밥은 꼭 필요하다. 그래서 생각한 점심이 바로 유부 초밥이다.

첫째와 둘째 모두 좋아하는 음식이고 한입에 쏙 넣으면 시리얼과 우유는 이 간편함을 따라올 수 없다.

영양가는 두말할 것도 없다. 그래. 바로 너야~ 유. 부. 초. 밥


김밥과 유부 초밥의 공통점은 넣고 싶은 재료를 넣을 수 있다는 거다.

시중에 판매하는 유부초밥에 동봉된 야채는 나를 항상 불만족하게 한다.


'영양가가 많이 있을까? 왠지 탄수화물만 먹는 거 같은데...'


음식을 할 때는 자주 의문을 품는다. 이대로 괜찮을까?

다양한 음식 솜씨와 화려한 데코 능력은 없어도 호기심과 의문은 항상 가지고 다닌다.

그래서 남들은 피곤하게 산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래도 어찌하겠는가. 음식에 있어서는 쉬운 길 보다 어려운 길이 재미있는 걸.


그리하여 나만의 영양가 있는 유부초밥을 공개해 본다.

냉동실에서 만들어 놓은 육포를 꺼내 석쇠에 올려놓고 가스불을 켠다.

요즘 가스레인지는 냄비가 올라가 있지 않으면 일정 시간 안에 꺼진다.

그래서 휴대용 버너를 꺼내서 사용하기도 하지만 바쁠 때는 가스레인지 4구를 다 이용한다.

하다가 꺼지면 옆으로 이동 그리고 또 꺼지면 뒤로 이동 또 꺼지면 옆으로 이동.

포인트는 4구를 이용할 때까지 육포를 잘 굽는 거다.



아무리 잘 구웠다 해도 끝 부분은 타기 마련. 그럴 때는 집게나 젓가락으로 석쇠를 두들리거나 위아래로 저어 탄 부분을 제거해 준다. 이제는 집게로 집어서 잘게 잘게 잘라주는 일이 남았다. 이렇게 잘라준 육포를 볼에 넣고 동봉된 야채도 넣고 초밥 소스도 넣는다. 다만 순서는 밥을 먼저 넣고 초밥 소스 넣고 야채와 육포를 넣는다. 초밥 소스와 야채를 먼저 넣으면 육포나 야채가 초밥 소스에 스며들 밥이 싱겁거나 육포의 고유한 맛이 삭감되기 때문이다.(오로지 저만의 생각입니다.)

유부피는 국산콩으로 만든 것으로 산다. 그래서 좀 더 비싸다. 이렇게 비싼 유부피를 볼 때마다 직접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시중에 파는 국산 두부로 유부피를 만들면 비용이 훨씬 더 많이 든다.

언젠가 두부를 만들게 되면 꼭 유부피를 해 보리라 자주 다짐하지만 아직까지 못 하고 있다.


유부피를 짤 때는 밥의 간을 참고한다. 밥의 간이 짜면 유부피를 꾹 짜고 싱거우면 살짝만 짠다.

그러니 유부피는 제일 나중에 짜는 것이 좋다.

골고루 섞어 적당한 양을 집어 주먹으로 꾹꾹 눌러 준후 유부피 안으로 넣어 완성.


육포 대신에 사용하는 재료는 참치와 계란 그리고 마른반찬들이다.

이 역시도 김밥처럼 넣고 싶은 걸 넣으면 되니 영양을 생각하면 참 좋다.

그리고 다음날까지 먹기 위한 유부 초밥은 항상 밥을 새로 한다. 냉동 밥으로 하면 수분이 많이 날아가 혹 다음날 딱딱해지지 않을까 해서다. 아직까지 바로 먹을 때는 빼고는 하지 않아서 정말 그런지는 알 수 없다.

이렇게 또 하루 먹을 점심을 마련해 놓았다. 저녁을 먹었어도 워낙 좋아하기에 만드는 도중에 몇 개씩 달라고 한다. 유부 초밥으로 가득한 그릇이 다음날에는 빈 그릇으로 되어 있겠지?

즐거운 생각도 잠시 뒤돌아 보니 저녁 먹은 설거지가 한가득이다. 대체 언제 치우고 자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