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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근의 꿈 May 05. 2023

장 천공이 가져다준 변화 1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

이번 글은 대장 내시경 후 장 천공이 일어난 엄마를 간호하기 위해 일어났던 가족들의 변화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과정 중에 여러 일들이 있어 남몰래 울기도 했고 그럼에도 힘을 내 앞으로 가야 했으며 그 와중에 행복과 다행을 발견한 일들을 조금씩 써 내려가 보겠습니다.


평범한 일상이 바뀌는 건 한 순간이다


나이 들면서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지금처럼만 있게 해 주세요'

이 말은 가진 것이 많은 사람보다 잃을 것이 많은 사람이 한다.

그리고 2월의 어느 날 엄마에게 건강을 잃을 일이 찾아왔다.


"우우웅~ 우우웅~"

진동벨이 울리자 발신자를 확인했다. 엄마다.

오전 9시 엄마의 전화. 이건 일상생활에서 벗어난 일이다.

흔히 아침 8시경 출근을 하면서 엄마와 통화를 한다. 

그런데 9시에 전화가 왔다는 것은 다른 일이 있다는 것이다.

절에 연등 값을 보내라 혹은 주문한 물건이 언제 오냐 등이다.

하지만 이런 전화는 주로 점심때 하신다. 

의아하면서 전화를 받자마자 고통에 찬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야, 택시 좀 불러줘라. 배가 너무 아파서 병원을 가야 할거 같다."


사람마다 고통을 느끼는 강도가 다르다. 엄마의 경우 고통을 쉽게 참지 못 한다. 

평소에도 자주 아프다는 말씀을 하시고 병원은 가는데 이번에는 좀 다른 느낌이다. 이렇게 고통에 찬 목소리로 택시를 불려 달라고 한 적은 없었다.


"배가 왜 아픈데"

"몰라야. 네가 준 약 먹고 배가 아파야."

"내가 무슨 약을 줬어? 난 약 준 적이 없는데"

"그걸 먹으면 입맛이 당겨서 먹었는데 먹고 나서 배가 아파야. 워매 나 죽네~ 빨리 택시 좀 불려야"

"알았어. 엄마 부를 테니 준비하고 있어"

전화를 끊고 어떻게 택시를 불러야 하지 생각에 잠겼다. 사람이 당황하고 다급하면 뭐든 쉬운 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아. 카카오 택시"


그런데 폰이 변경되고 택시 탈 일이 없어서 앱이 없었다. 다시 설치하자니 마음은 급하고 부랴부랴 생각한 방법은 콜택시었다.

콜택시 역시 처음이라 검색어에 지역명과 콜택시를 쓰고 엔터를 치니 몇 개의 전화번호가 나왔고 그중 한 곳에 전화를 걸었다.


"콜택시입니다. 어디에서 어디까지 가나요"

“00 아파트에서 000 병원으로 가요. 언제 도착할까요?"

"문자를 확인하세요."

"네? 언제 도착하나요"

“문자를 확인해 보세요."

다급해서 그랬을까? 처음 이용해서 그랬을까? 뒤늦게 문자를 보니 차량 및 기사님의 정보와 3분 후 도착 알림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다시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3분 뒤에 택시가 도착한다네. 준비 다했어?"

엄마는 고통이 더 심해진 목소리로 힘겨워했고 겨우 겨우 목소리로 말을 들을 수 있었다.

"하아, 하아 3분 뒤에 온다고? 곧 내려갈게"


그 사이 택시 기사님에게 도착 전화가 오고 엄마는 아픈 몸 때문에 느린 걸음으로 1층을 향해 걸어갔다.


"기사님.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엄마가 아프셔서 지금 준비하고 내려오고 있어요."


잠시 후 '달칵'문 여는 소리와 엄마의 목소리가 핸드폰을 통해 들렸고 기사님께 병원으로 잘 좀 부탁드린다고 말을 여러 번 전했다.

이때 의지할 사람은 기사님 밖에 없었다. 한 번도 보지 못 한 기사님이 부디 잘 병원에 모셔다 주면 좋겠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부모님과 같이 살고 있는 오빠에게 전화가 왔다. 아마 나에게 전화하기 전에 오빠에게 먼저 전화를 했는데 오빠가 전화를 받지 않았던 듯하다.


"오빠, 엄마가 지금 배 아파서 00 병원에 있어. 얼른 가봐."

"갑자기 배는 왜?"

"몰라. 내가 준 약을 먹고 아팠다는데 난 약을 준 적이 없어. 아마 밀크 시슬인가? 케이스 설명 들으면 밀크 시슬 같은데. 암튼 버스타지 말고 택시 타고 얼른 가봐."

"어, 알았다."




30분 뒤 전화를 할까 하다 병원에 도착하면 이 검사 저 검사로 바쁠 듯하여 오전에는 언니에게 전화를 하고 점심시간에 오빠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 왜 아픈 거래?"

"아직 원인을 못 찾고 있다."

"못 찾고 있다고? 엄마는 어떤데?"

"배가 점점 더 아프다고 하시는데 원인을 못 찾고 있으니"

"검사는 안 해봤어?"

"이제까지 했던 검사는 이상이 없고 오후에 CT를 찍는다고 하는데 기다려봐야지"

"알았어. 무슨 일 있으면 전화 주고"


회사 업무는 더 이상 할 수가 없었다. 오전만 해도 별일 아니겠지 했는데 병원에 도착해서 검사를 받았지만 원인을 밝히지 못하니 더 이상 일이 들어오지 않았다. 

그 와중 언니는 오빠에게 전화하여 저번주 토요일에 대장 내시경 했던 것을 의사 선생님께 말해 보라 해서 복부 CT를 찍기로 한 듯하다.

초조함 속에서는 시간은 여김 없이 지나 5시가 되었다. 참다못해 다시 전화를 걸었다.


"엄마 아직도 원인 못 밝혔어?"

"복수에 물이 찼다네"

"복수에 물이 왜 차?"

"대장 내시경 하다 구멍이 나서 찬 거 같다고 현재 병원은 수술이 불가능 하니 대학 병원으로 옮기라고 해서 지금 이동 준비 하고 있어. 바쁘니깐 끊어봐"


장에 구멍이 났다고? 이런 일들이 정말 흔하게 일어나는 일인가?

그럼 큰일이 아닌가? 의학 지식이 없지만 장에 구멍이 났다면 안에 있는 내용물들이 밖으로 빠져나오면 어떻게 되는 거지? 순간 오전과 다르게 두려움이 찾아왔다. 큰일 날 수도 있겠구나 싶은 두려움이...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고 아빠도 이 상황을 알고 계셔 가게 문을 닫고 병원으로 향해 가셨다.




                     오후 5시부터 대학병원으로 이동 준비를 하였으나 대학병원에서도 수술을 하기 위해 이런저런 검사를 해서인지 수술은 저녁 10시 넘어서야 들어갔다. 그 사이 연락을 잘하지 않는 남동생에게도 이 사실을 카톡으로 알렸고 평소 카톡만 보고 답이 없던 동생은 중간중간 엄마 어떠시냐고 물었다. 하지만 나도 딱히 해 줄 수 있는 답은 없었다. 나 역시 중간중간 상황을 살피면서 전화를 하고 있었기에. 

마침내 자정 12시 넘어서 아빠에게 수술이 잘 끝났다는 말을 들었다. 다만 3~4개월 차고 상황 봐서 수술을 다시 해야 한다고 했다.  순간 긴장한 마음이 살짝 놓였다. 

오후 5시부터 수술이 끝날 때까지 한순간도 조마함이 나에게 떨어지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하는 생각과 말. 아플 때 집안에 의사나 간호사가 있으면 좋다는 말. 

나 역시도 생각하게 되었다.

아이들에게 커서 '너희가 행복한 일을 해라'했던 마음이 이 순간에는 커서 의사가 되면 좋겠다로 변했다. 미래의 아이들에게라도 기대고 싶은 마음이 불러낸 욕심이었다. 그만큼 간절했고 그만큼 답답했다.

바로 옆에 없으니 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지금이라도 광주로 출발할까 했으나 시간은 늦었고 가서 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아빠는 그날 엄마와 함께 병원에서 주무셨다. 아니 주무시지는 못 하였을 듯하다.

평범했던 일상이 한순간 평범하지 않는 환경으로 변하였는데 쉽게 잠을 청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날 밤 우리 가족은 그 누구도 쉽게 잠들을 못 한 밤이었다.

정신이 어느 정도 들자 그런데 수술은 왜 또 해야 하는 거지? 잘 끝나면 안 해도 되는 거 아닌가? 많은 의문점을 남겼다. 수술을 다시 해야 하는 이유는 다음 날 알 수 있었다.




이날 고마운 분들께 감사인사 전합니다.

콜택시 운영하시는 분 :  모든 것이 앱으로 대체되고 있는 이 시대에 콜택시를 운영하시는 분께 감사드립니다.

택시 기사님 : 엄마를 모시고 병원까지 데려다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이때에는 믿을 사람이 기사님 밖에 없었습니다.

병원 의료진 : 원인을 찾아 주시고 그리고 밤늦게 수술해 주신 모든 의료진 분들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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