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떠나는 독서 여행

산타클로스(작가 : 구리료헤이)

by 당근의 꿈


두 번째로 떠나는 독서 여행은 출발 시간이 좋지 않았다.

밤 10시였기 때문이다. 스킵하고 내일 읽을까 하였으나 아이는 내일까지 독후감 숙제를 해야 했다.

나도 그리고 딸아이도 미루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때론 미션은 우리를 달리게 한다.

그것이 꼭 나쁘지만은 않다. 정지하려는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니깐.


아이는 밤 10시가 되어서야 엄마를 부르면 책을 읽자고 했다.

평일 저녁 10시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시간이다. 다음날 출근을 하기 위해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고 아직 씻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와 함께 독서 여행을 떠나고 돌아오면 대체 몇 시가 될까?

첫 번째 여행 보다 거리가 더 멀었다. 그럼 적어도 1시간 이상이다.

여행을 끝내고 돌아오는 시간이 11시 넘을 거라 생각하자 급 피곤이 몰려왔다.

여행은 그때 끝나지만 아이의 독후감은 더 시간을 필요로 했다. 그렇게 쓰인 독후감은 얼마나 잘 쓸 수 있을까? 좀 더 서두를걸 하는 반성을 하면서 걱정을 고의적으로 무시하려 애쓰면서 여행을 떠나기 시작했다.


"빨리 책 가져와서 읽자"

아이도 시간의 촉박함을 알았는지 읽는 속도가 전 보다 빠르며 조급함을 느낄 수 있었다.

빠르지만 첫 번째 여행과 달리 제법 잘 읽었다. 정정할 글자도 별로 없었다. 솔직히 놀라웠다.

한번 같이 읽었을 뿐인데 이 정도로 고쳐질 수 있나? 새삼 뿌듯함이 느껴졌고 좀 더 일찍 못 해준 것이 아쉬웠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아이의 집중력은 떨어졌다. 아이 역시 느끼고 있는 듯했다. 여행이 끝나는 시간과 그리고 자신이 숙제를 해야 시간까지. 그것만이 끝이 아니다. 씻고 잘 준비도 해야 한다. 아이들의 등교는 어른의 출근과 비슷한 스트레스를 받는 듯하다. 나도 아이도 서로 시간에 쫓기는 촉박한 여행을 하고 있다.

늦은 여행은 우리를 반성하게 한다.

이 여행을 계속하고 싶으면 시간을 넉넉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두 번째 책은 산타클로스였다. 왜 산타클로스일까? 지금은 여름이 다가오고 있지만 책을 통해 겨울 여행을 해볼까? 하는 기대감을 가져 봤다. 제목도 상당히 긍정의 단어라 즐거운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싶었다.

한참 서로 읽어가던 중 이상한 점을 느꼈다.

아이가 단어 질문을 거의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럴 일이 없는데...

그래서 역으로 내가 질문을 해 보았다.


"나연아, 병동이 무엇인지 알아?"

"병원?"

비슷하지만 정확히 맞추지는 못 했다.

'아! 늦은 여행의 부작용 발견. 호기심은 조급함을 이기지 못한다.'

아이에게 할 말은 없었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물어봐하는 순간 우리는 어쩜 목적지를 도달하지 못하고 중간에 잘 수도 있으니. 인생을 살면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융통성이다. 비슷한 친구로는 타협이 있다.

지금은 그 융통성이 필요했고 고민도 없이 사용했다.

그럼에도 아이는 4개의 단어를 물어보았다.


[의기양양, 발치, 백혈병, 에티오피아]


이 단어 중 백혈병을 설명하면서 문득 든 생각.

'백혈병은 치료가 쉽지 않잖아. 이 책 해피엔딩이 맞나?'

책은 겐보이와 료헤이가 친구가 되어 이끌어 나간다.

겐보이의 나이는 초등학교 1학년이 되기 전인 7살이며 료헤이는 성인이다.

겐보이와 친구가 된 배경은 겐보이는 백혈병을 앓고 있는데 자신 보다 타인을 더 신경 써주는 마음에 반해서다. 소아 병동의 형, 동생, 누나들에게 항상 웃어주고 긍정적인 마음을 전해 준다.

우리는 병에 걸리면 특히 불치병에 걸리면 희망이 잃게 된다. 하지만 겐보이는 그렇지 않았다. 물론 엄마가 어린 아들을 위해 백혈병이 무엇이며 얼마나 큰 병인지 말해주지 않은 것도 있지만 그렇다고 고통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 고통에도 겐보이는 자신 보다 다른 아이들을 챙겼다.

료헤이는 그런 겐보이를 챙겨 주고 싶어서 친구가 되었다.

그렇게 해맑은 겐보이가 어느 날 기운이 없어 료헤이가 그 이유를 묻자 크리스마스 선물로 엄마에게 학용품을 받고 싶었지만 집안 형편이 어렵던 겐보이 엄마는 자신이 입던 오렌지 색스웨터를 풀어 겐보이의 스웨터와 양말을 만들었던 것이다. 나이는 어리지만 생각은 어리지 않은 겐보이는 밝게 웃으면서 감사하다 했지만 이제 겨울에 스웨터를 못 입는 엄마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슬픔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오렌지색 양말에 산타할아버지가 학용품을 넣어 주기를 바랐지만 산타할아버지는 크리스마스에 자신의 양말에 아무것도 넣어주지 않았던 것이다. 이에 슬퍼하고 있는 겐보이에게 료헤이는 산타할아버지가 에티오피아처럼 행복하지 않은 아이들에게 먼저 갔기 때문에 늦게 온 것이라 오늘 밤은 분명 오실 거라고 희망을 주었다.

겐보이는 료헤이의 말에 희망을 다시 가지며 잠을 청했고 료헤이는 아픈 몸을(료헤이는 결핵 환자였음) 이끌고 밤늦게 선물을 사러 나간 덕에 열이 났지만 겐보이에게 책가방과 학용품을 선물할 수 있었다.


'그래. 여기까지는 좋아. 그런데 료헤이가 백혈병도 고칠 수 있을까? 대체 어떤 수로? 마법 같은 일로? 무언가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설마 죽는 건가? 이거 어린이 책 아니었나?'


불안함과 궁금함에 잠시 시간을 잊고 있었지만 시간은 벌써 11시를 향해가고 있었다.

아무래도 아이가 읽는 속도가 나보다 느리다 보니 남은 분량의 여행은 교체 없이 읽기로 했다.


"나연아, 시간이 없고 7장밖에 남지 않았으니 엄마가 다 읽을게."


시간만 더 있었다면 이런 선택을 하지 않았지만 빠른 결론을 보고 싶었고 그래야 했기에 속도를 올리면서 읽어 내려갔다. 이쯤 되면 아이보다 엄마인 내가 여행에 더 흥미를 느끼게 된 듯하다.

마지막장까지 읽은 나는 눈물을 주르륵 흘리고 있었다. 결론은 겐보이는 죽음을 맞이했다.

겐보이가 영원한 잠에 들기 전 겐보이는 무서웠다. 어린 나이에도 죽음이 다가오는 것을 느꼈던 것이다.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몰라 료헤이에게 묻자 료헤이는 겐보이가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을 받은 날 기뻐하며 어른이 되면 산타클로스가 되고 싶다는 말을 기억했다.

료헤이는 겐보이가 무서움을 느끼지 않기를 원했고 그리고 어찌하면 겐보이가 겁먹지 않고 잠에 들 수 있을지 생각해 냈다. 아직 의식이 남아 있는 겐보이의 귀에 대고 천천히 또렷한 목소리르 말했다.


["겐보오.... 아저씨는 방금 산타 할아버지를 만났단다."

"..... 산타..... 할아버지를.... 요?"

"그래, 산타할아버지가 겐보오는 아주 착한 아이니깐 동화의 나라에 초대해서 산타할아버지의 심부름을 시키고 싶다고 하더구나, 그리고 네가 어른이 되면 산타클로스가 되어 주었으면 좋겠다고 했어!"

"내가.... 산타클로스가.... 된다고요?]


겐보오는 순수한 아이였다. 그랬기에 료헤이의 말을 믿었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정말 산타할아버지가 준 것이라 믿는 것처럼. 그리고 자신이 가는 길이 무서운 길이 아니라 동화나라는 것을 알고 웃으면서 잠에 들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난 겐보이의 죽음에 눈물을 흘리다 못해 옷으로 눈물을 닦고 있다.

책에는 국경이 없다. 성인이 어린이 책을 읽기 위해 자격 같은 것은 필요 없다. 그리고 어린이 책을 통해 눈물도 하염없이 날 수 있다. 아이와 함께 떠나는 독서 여행은 어쩜 아이 보다 나에게 더 뜻깊은 여행이 되지 않을까 싶다.


역시 이번 여행에서도 딸아이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고 신랑은 왜 책 읽을 때마다 우냐며 웃는다.

나는 이리 슬픈데 딸아이는 어떤 관점으로 바라봤기에 눈물이 나지 않을까 궁금하여 물어봤다.


"나연아, 나연이는 이 책 읽고 느낀 점이 뭐야?

"아, 이제 겐보이가 산타할아버지가 되어 다른 사람에게 선물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어."


아이의 대답을 듣고 피터팬이 탄생한 이유를 알듯 하다. 현실과 동화의 세계를 오갈 수 있는 아이들에게 죽음은 끊어짐이 아니라 또 하나의 세계이다. 아이들의 생각은 이리 가볍고 긍정적이다. 그에 비해 내 생각은 왜 이리 무거운지. 나의 무거운 생각을 아이의 관점으로 한 번씩을 털어 버리면 무거웠던 내 마음도 한결 가벼워 질듯 하다.

그리고 이날 독후감은 역시나 많이 부족했다. 대체 무슨 내용인지를 모르겠다. 그래도 느낀 점을 보면 내용은 이해하고 쓴 듯하다. 어찌 되었건 이번 여행도 무사히 마쳤다.

다음 여행은 어떤 내용이 기다릴지 기대되는 건 나뿐만일까?



아이가 쓴 독후감

두번째 여행 독후감.png




엄마가 하고 싶은 말

'아이야, 엄마도 너처럼 긍정적인 생각을 배우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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