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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bino Jun 02. 2020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도전하기

 프랑스 귀국 후 도전기 

 비행기는 항로를 이탈하지 않고 무사히 인천 공항에 도착했다. 하지만 내 삶은 프랑스와 한국의 중간 어디쯤 떨어졌는지 길을 잃고 방황하고 있었다.

 올해는 누구나 연말 혹은 연초에 야심 차게 세운 목표를 달성하기 힘든 시기다. 나 또한 엄청난 계획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프랑스로 교환학생을 가는 것이었다. 첫 학기와 방학을 이용해 프랑스 실력을 높여 C1 자격증을 따고, 한 학기를 더 연장해서 현지 학부에서 문학 공부를 하고 싶었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 프랑스어 어학병에 지원해 군 복무를 하고자 했다. 이 계획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결단이었다. 올해 1월 목표에 한 걸음 다가가기 위해 파리 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프랑스에 도착하고 한참 프랑스어로 진행되는 수업을 수강하며 못 알아먹겠는 프랑스어와 싸우고 있었다. 이때 한국과 중국은 코로나와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었다. 그 싸움의 불길은 금방 프랑스에도 옮겨 붙었고 그 불길은 훨씬 더 커졌다. 세상이란 존재는 나의 희망과 목표 따위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결국 예상치 못한 전염병으로 4월에 한국에 돌아왔다.

건강하게 살다가 귀국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프랑스에서의 아침 식단

 자가 격리를 시작하고 일주일간 많이 힘들었다. 나가지 못한다는 현실에서 오는 고통도 있었지만 진짜 문제는 내면에서 터졌다. 불안했다. 올해 꼭 목표한 자격증을 따야지 원하는 군대에 지원이라도 해볼 수 있었고 그 후 삶이 계획대로 흘러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플랜 B 없이 프랑스 체류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최선의 상황을 포기했기에 고통스러웠다. 격리 기간 동안 나름 프랑스에서 했던 것처럼 아침 6시에 일어나 운동을 하고 공부를 하려고 했지만, 시차 적응이 안 돼 생각만큼 몸이 따라 주지 않았다. 최근 두 달간 제대로 햇빛을 못 받고 외출해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더 우울했다. 

어둠 뒤엔 빛이 온다는 걸 알지만 힘들 땐 다 잊어버린다

 어느 날, 책장을 뒤적이다 고등학교 때 쓴 일기를 발견했다. 일기 속 나는 여행하며 글 쓰는 여행 작가로 자유롭게 살고 싶어 했다. 그리고 여행하며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을 하면서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히고 새로운 자극을 받으면서 행복하다고 했다. 더 깊고 넓은 소통을 하고 싶어서 외국어를 배우고 싶다고도 적혀 있었다. 머리가 띵했다. 여행 작가라는 꿈을 잊고 소통을 위해 언어를 배우고자 했다는 사실을 망각했다는 걸 깨달았다. 초심으로 돌아가자 이상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자신이 보였다. 원래 여행 작가가 되고 싶어 작가 활동을 병행하며 할 수 있는 언어 관련 직업을 찾았다. 그리고 새로 꿈꾸게 된 직업을 갖기 위해 노력했다. 노력하며 서서히 자유롭게 글 쓰고 여행하는 삶을 꿈꾸는 나는 사라졌고 선망하는 직업을 얻고 그걸 위해 따야 하는 자격증 등 부수적인 수단들이 이상을 잠식했다. 삶의 이상에서 멀어지자 힘들 때 스스로 자신을 충분히 위로해 줄 수 없었고 항상 불안했다. 

일기를 발견했을 때 내 마음

 방치했던 이상을 만나자 다시금 설레었다. 이상이라는 마음의 기준이 생기자 주변의 좋은 조언이 들리고 새로운 계획이 세워지기 시작했다. 올해 목표를 크게 세 가지로 정했다. ‘프랑스어, 글쓰기, 운동’ 우선 프랑스어 공부에 있어서 관점에 변화를 주기로 했다. 관점의 변화라기보다는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말이 더 맞을 수도 있다. 어느 순간 프랑스어 자격증이 어학 공부의 중심이 됐다. 그래서 소통은 자격증을 따기 위한 또는 단순히 언어 실력을 늘리는 수단으로 전락했다. 당연히 재밌던 프랑스어 공부는 힘들어졌다. 이제 소통을 하기 위한 언어 공부라는 중심을 확실히 잡고 힘들지만, 의미 있고 재밌는 쪽으로 학습 방향성을 이끌어 나갈 예정이다. 그리고 꾸준히 글을 쓸 것이다. 평범해 보이는 나만의 일상을 뒤적이며 글감을 찾으며 ‘나’라는 사람을 더욱 잘 이해하고 글쓰기 실력도 늘릴 것이다. 이 과정으로 좋은 여행 작가가 되기 위한 글쓰기 실력을 향상은 물론 일상에 숨어있는 소소한 재미와 의미를 찾아내며 작지만 잦은 행복을 느끼고 싶다. 그리고 이 두 가지를 하려면 엄청난 체력이 필요하다. 오랫동안 격리 생활을 하며 약해진 체력을 기를 수 있는 꾸준한 운동으로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들겠다.   

이렇게 어두운 터널 끝에 빛이 들어오는 사진 찍는 걸 좋아했는데 우리 삶이랑 닮아있어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이 3가지 목표를 중심으로 이상적인 삶을 실현하기 위한 현실적인 노력을 하는 한 해를 보낼 것이다. 코로나가 큰 기회를 뺏어갔지만, 밖에 많이 나가지 않고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며 성장하고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한 해를 보낼 것이다. 앞으로 브런치에 프랑스 교환학생 글을 올리진 못하지만 대신 ‘비록 교환학생을 중간에 포기하고 귀국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글’을 올릴 예정이다. 그리고 코로나바이러스로 위협받는 우리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시는 모든 분을 응원하고 싶다. 다들 파이팅!!!

다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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