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abino Feb 03. 2020

프랑스에서 개강하기

프랑스 교환학생 이야기

 2020년 1월 27일 밤 12시 2분, 정신이 말똥말똥하다. 이때 깨어있지 않고 더 일찍 자야 했다. 

 고대하던 프랑스에서 수업을 듣는 첫날이었다. 학교생활은 어떨지 기대되고 프랑스어로 진행되는 수업을 잘 따라갈 수 있을지 걱정됐다. 간지러운 느낌이 드는 걸 보니 불안한 마음보다 설레는 마음이 더 큰 것 같았다. 

 6시에 눈을 떴다. 배가 아팠다. 많이 둔해진 줄 알았는데 예민한 몸뚱이가 혹여나 개강인데 학교에 정신줄 놓고 갈까 봐 장에 과도한 긴장감을 선사했다. 덕분에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데 어울리는 긴장감 있고 바쁜 아침을 보낼 수 있었다. 

 등굣길은 화창했고 춥지도 않았다. 게다가 신호등에서 오래 기다리지도 않는 그런 기분 좋은 아침이었다. 세상은 어느 누구에게도 좋은 것 혹은 나쁜 것만을 주지 않는다. 대개 섞어서 주는 편이다. 내 경우엔 교차로 오는 경우가 많았고 오늘도 그랬다. 

평화로운 브장송 등굣길

 첫 수업은 말하기 시간이었다. 예멘, 튀니지, 태국, 중국, 일본 등 다양한 친구와 함께 수업을 듣는다는 게 신기했다. 첫날이어서 그런지 본격적으로 수업은 하지 않았고 ‘친해지기 활동’을 했다. 수업이 끝나고 학식을 먹고 2번째 수업을 갔다. 듣기 수업이었다. 간단한 테스트를 보았다. 하지만 점심을 먹을 탓인지 배에서 너무 꾸르륵 소리가 나서 제대로 집중할 수 없었다. 선생님이 단어를 읽어 주실 때마다 소리가 났고 그때마다 소리를 줄여보려고 배에 힘도 줘보고 홀쭉하게 만들어보기도 했지만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렇게 첫 만남부터 꾸르륵 거리는 게 수치스러웠지만 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화장실 가고 싶은 게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누가 봐도 이상해 보이기에 하지 않았고 운명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장에 생긴 염증으로 울부짖는 배를 부여잡고 빠르게 집에 왔다. 힘든 하루였다. 하루를 보내면서 큰 깨달음을 얻었다. ‘나는 프랑스어를 못한다.’ 뭔가 선생님이 하는 말을 이해하면서 듣고 있는 듯한데 막상 질문을 받으면 정확히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대충 알아듣는 단어와 맥락으로 어림잡아 이해한 듯하다. 그래서 단어 하나하나 집중해서 모르는 단어는 공책에서 써서 집에 가서 찾아보고 있다. 못 알아듣는 걸 알아듣기 위해서 단어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들으려고 한다는 건 정말 진 빠지는 일이다. 수업 끝나면 너무 피곤하고 요즘 6시 기상 루틴 만들기 하고 있어서 그런지 더 졸리다. 힘들어도 어제보다 한 단어, 한 문장 더 말할 수 있음에 행복함을 느끼고 꾸준히 해야겠다. 프랑스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과 대화할 때는 안 그런데 자꾸 프랑스인들과 대화할 때 목소리가 작아지는 걸 느꼈다. 동사변형시키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 엄청 길게 하는 같은 반 친구처럼 나도 틀리더라도 자신있게 말해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세상에 던져지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