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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bino Feb 06. 2023

할머니와 인도네시아 경주 가기

할머니와 하는 인도네시아 여행

 자카르타에서 며칠을 보낸 우리의 다음 여행지는 족자카르타였다. 족자카르타로 떠나기 전, 동생과 나는 다음 여행지를 할머니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야 했다. 사람들은 고대의 흔적을 간직한 역사 도시 족자카르타를 인도네시아의 경주라고 불렀다. 그래서 우리도 족자카르타를 인도네시아의 경주로, 대표적인 휴양지인 발리를 인도네시아의 제주도라고 부르기로 했다. 할머니가 종종 이제 우리 어디 가냐고 물으실 때마다 “족자카르타라고 인도네시아 경주에 갈 거고요. 그다음엔 발리라고 인도네시아 제주도 갈 거예요”라고 대답했다.


 술탄이 여전히 군림하는 인도네시아의 경주로 시간 여행을 하기 위해 국내선 공항에 도착했다. 패스트푸드점에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한 뒤 탑승장에 들어갔다. 밥을 먹는 동안 비행기 탑승장은 바뀌어 있었다. 방송에선 탑승장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리는 안내문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왔다. 이 공항의 목적이 탑승구를 계속 바꿔 결국 승객을 따돌리고 비행기를 이륙시키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탑승 시간이 임박했다. 탑승구가 바뀌었다는 방송을 못 들었을 걸 염려해 안내데스크에 족자카르타행 비행기 탑승구가 어디인지 물었다. 역시 부지불식간에 게이트는 또 바뀌어 있었다. 다행히 바뀐 게이트가 멀지 않았기에 무사히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2번의 게이트 변경 끝에 과거로 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 


할머니, 동생, 나 모두 맛있게 먹은 패스트푸드점!

 족자카르타에 가기 위한 비행기 탑승엔 성공했지만, 문제가 있었다. 우리가 탄 라이언 에어 비행기는 과거 여행에 너무 적합한 기체였다는 것이다. 비행기 좌석은 언제 내 신체 사이즈를 쟀는지 빈틈없이 딱 맞았고 창문엔 상처가 즐비했다. 게다가 기내는 숨 막히게 더워 에어컨이 고장 난 줄 알았다. 이 상태로 약 30분 동안 지각하는 탑승객을 다 기다리고 나서야 비행기 문을 닫았다. 비행기 엔진이 달궈지는 소리가 났다. 그때 중년의 서양 커플이 갑자기 비행기에서 내리고 싶다는 의지를 승무원에게 표시했다. 아마 그들은 매우 중요한 무언갈 놓고 오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그 장면을 보는 순간 가슴은 답답해지고 마스크 속 호흡은 더 어려워졌다. 결국 비행기는 그대로 이륙했고 에어컨은 다행히 작동했다. 



작아도 너무 작았던 비행기

 1시간의 비행 이후, 우린 드디어 족자카르타 신공항에 도착했다. 짐을 찾고 호텔 공항 픽업 기사님을 만나 말리오보로 근처에 있는 호텔로 갔다. 기사님이 역주행, 갓길 주행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교통체증을 뚫어보려고 하셨지만, 역부족이었고 2시간 만에 숙소 체크인을 할 수 있었다. 짐을 풀고 밥을 먹으러 녹초가 된 몸을 끌고 나갔다. 길가에 앉아서 수다를 떨거나 무엇을 먹고 있는 사람들과 마차를 지나치며 미리 봐둔 맛집을 향해 갔다. 15분 만에 식당을 찾았다. 횅한 내부가 불길했다.  “여기 식당 맞나요?” “코로나 때문에 이제 식당 안 해요.” 너무 오래된 정보를 보고 온 것이다. 그래서 우린 주린 배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인도네시아의 김밥천국쯤 되는 곳을 갔다. 하지만 불행히도 웬만하면 맛있는 나시고랭도 맛없게 하는 식당이었고 할머니께 연신 죄송하다고 하며 나시고랭, 미고랭, 돈가스를 입에 쑤셔 넣었다. 할머니는 여행은 원래 이렇게 힘든 것이고 음식들도 먹을 만하다고 하셨지만, 나중에야 못 먹을 거였다는 솔직한 심정을 드러내셨다. 쉽진 않았지만 배고픔과 더위, 피로함, 수시로 바뀌는 탑승구 끝에 할머니와 무사히 족자카르타에 도착했다.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 걱정되고 기대되는 하루였다. 

시내랑 너무 멀었던 신공항과 족자카르타에서 먹었던 첫끼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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