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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bino Feb 06. 2020

프랑스어와 싸우기

프랑스 교환학생 이야기

 세상에는 수많은 외국어가 존재한다. 운 좋게도 자국의 공용어가 3-4개인 경우엔 하나인 사람보다 2-3개 정도 외국어 수가 적겠지만 크게 차이나는 숫자는 아니다. 수많은 외국어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그건 바로 배우기 어렵다는 점이다. 어려운 외국어 중에서 가장 어렵고 배우면서 ‘얘네들은 무슨 생각을 가지고 이딴 식으로 말을 하지’ 싶은 언어가 있는데 그건 바로 ‘내가 배우고 있는 외국어’이다. 나에게 프랑스어가 그런 언어이고 그걸 배우려고, 그것도 노력해서 프랑스로 교환학생을 왔다.


막 프랑스 도착해서 은근 택시 아저씨들이랑 말 잘 통해서 프랑스어 무서운 줄 모를때 !


 프랑스에서 수업을 듣기 전까지 프랑스어를 배우러 이곳에 왔다고 착각했다. 실제로는 프랑스어와 싸우러 왔다고 하는 편이 훨씬 맞다. 이걸 깨닫는데 프랑스에 도착하고 3주가 걸렸다. 3주 동안, 수업 시작 전 2주 간은 상대가 얼마나 강력한 존재인지 인지하지 못했다. 개강하고 일주일 동안은 프랑스어에게 일방적으로 맞고 있는지, 아니면 싸우고 있는 건지 식별하는 시간이었다. 결론적으로 싸우고 있는 건 확실했다. 단지 주먹이 프랑스어를 가격하지는 못할 뿐이지 주먹을 휘두르고 있고, 나는 맞고 있다는 점에서 싸우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아름다움을 탐구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언어 공부가 어렵지만 가치있는게 아닐까


 프랑스어는 야비하다. 항상 웃고 즐거운 분위기에서 본격적으로 공격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수업 중, 반 친구들의 말이나 교수님 말씀으로 모두가 웃고 떠든다. 나만 빼고 말이다. 하지만 죽으라는 법은 없듯이 평소 흥미로워하는 주제나 재밌는 소재를 다룬 이야기가 나오면 적극적으로 발표한다. 프랑스어에게 주먹을 날린 것이다. 나름 탄탄한 논리를 갖추고 문법도 거의 다 지켰다고 생각했다. 약간의 정적이 흐른다. 교수님은 갑자기 주위를 두리번거리시면서 다급하게 사람을 찾으신다. “혹시 쟤가 한 말 이해한 사람?” 분명히 주먹을 날린 건 난데 맞는 사람도 나다. 그래도 오늘 이길 수 있는, 아니 비길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2020년 2월 3일 월요일 1교시 말하기 시간에 프랑스어를 듣고 웃었다!!! 그냥 분위기 상 따라 웃는 웃음이 아닌 완벽히 이해하고 웃는, 전자와는 차원이 다른 웃음이었다.  수업시간에 수많은 공격을 받을 때 적의 움직임과 공격 스타일을 받아 적었다. 매일 모르는 단어와 표현들을 집으로 돌아와 다시 정리하고 꾸준히 반복해서 암기했다. 진짜 모르겠는 단어는 들리지도 않아 받아 적지도 못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하는 게 큰 도움이 됐다. 비록 약국에서 손세정제인 줄 알고 짜는 비누를 사서 수시로 바르고 다니는 공격을 당했지만 이제 ‘savon’이 비누라는 걸 아는 이상 똑같이 당할 일은 없다. 오늘도 이 글을 다 쓰면 다시 싸움준비를 해야 한다. 수업이 프랑스어로 진행되어서 그것만 들어도 진이 다 빠지는데 매일 단어와 표현을 정리하고 외우는 게 힘들고 귀찮다. 하지만 언젠가는 지치는 싸움이 아닌 상대의 움직임과 모습에 충분히 익숙해진 뒤, 프랑스어가 소유한 고유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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