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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bino Mar 22. 2020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까?

프랑스 교환학생 이야기

코로나 바이러스는 가뜩이나 예상할 수 없는 미래를 더욱더 불확실로 가득한 세계로 만들어버렸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럽에 퍼지기 시작했다. 교환학생 생활을 하고 있는 프랑스도 오늘로 확진자가 10,995명, 사망자는 372명이 되었다. 이 숫자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국경을 폐쇄했고, 불필요한 이동을 금지했다. 사람이 모일 수 있는 바, 카페, 영화관 등도 문을 닫았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옆 나라 이탈리아에선 사망자가 너무 많아 시신을 성당에 쌓아놓는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방안에 덩그러니 혼자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일상을 송두리 채 빼앗겼고, 매일 밤낮으로 우박과 비가 내리던 겨울을 겨우 지나 따뜻한 봄이 왔는데 그걸 만끽하기는커녕 벽에 걸린 그림처럼 바라만 보아야 한다. 하지만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까?’라는 생각이 가장 삶을 불안하게 한다. ‘빨리 델프 b2랑 c1따고, 프랑스에서 한 학기 더 있으면서 학부 수업 들어야 하는데.’ 마음이 조급했다. 이 목표를 이루지 못하면 머릿속으로 수없이 상상한 미래의 자신의 모습이 될 수 없을 것 같았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가뜩이나 예상할 수 없는 미래를 더욱더 불확실로 가득한 세계로 만들어버렸다.

불안한 만큼 쌓아논 식료품들

 어둠 속에서 질문 하나가 날라 왔다. ‘너, 이 어둠을 어떻게 헤쳐갈래?’ 불안은 자꾸 이 질문을 자신으로 덮어 없애려고 했지만 직감적으로 이 질문에 답하는 과정이 지금으로써 가장 중요한 과제라는 걸 알아차렸다. 물음에 응답하기 위해 현재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생각과 마음을 들여다보려고 노력했다. 잠시 나에게서 떨어져 나와서 세상과 자신을 관찰했다. 여기서 당연한데 깨닫지 못한 사실을 발견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다.’ 지금까지 노력한다고 달라지지 않는 상황을 계속 통제하길 원했고 예측하고 싶어 했다. 예측할 수 없는 ‘다음 학기에 프랑스에 코로나가 잠잠해질까’를 걱정하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의사들도 모르는데 내가 어떻게 알까 그리고 프랑스에서 코로나가 너무 많이 퍼져서 살기 힘들면 그냥 한국으로 가면 되지. 어차피 한국 간다고 인생이 끝나는 것도 아닌데 뭐.’ 


 현상을 객관적으로 파악했으니 이 상황에서 어떻게 목표를 이룰지 고민했다. 현실적으로 다음 학기에 학부 수업을 듣지 못할 수도 있다. 아니 듣지 못할 가능성이 더 많다. 하지만 델프 자격증은 충분히 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험도 취소될 수도 있지만 그만큼 실력을 끌어올리면 그걸로 충분했다. 시험으로 즉각적인 보상을 못 받아서 공부를 계속하기가 더 힘들겠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그리고 나중에 프랑스 대학원을 와서 열심히 공부하면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프랑스로 대학원 오고 싶다는 사실을 아빠와 보이스톡을 하면서 이야기했다. 이 얘기를 꺼내자마자 잘 연결되던 보이스톡이 갑자기 끊기기 시작하면서 아빠가 내 바람을 듣지 못하신 듯했다. 보이스톡이 아빠의 정신건강을 지켰다. 그리고 왜 프랑스어 공부를 시작했고, 처음 시작하고 지금까지 열심히 노력하면서 보낸 시간들을 생각하면서 공부할 힘을 얻었다. 


 프랑스에 내려진 이동 금지령으로 하루 종일 같은 방에서 자고, 밥 먹고, 운동하고, 수업 듣고, 공부하는 게 쉽진 않다. 하지만 이렇게 아무 간섭 없이 혼자 있는 시간을 갖는다는 건 정말 흔치 않은 일이다. 이 시간에 책도 많이 읽고 프랑스어 공부도 열심히 해서 비록 작은 기숙사 방에 있지만 더 큰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고 나 자신과 좀 더 친해지고 싶다. 목표를 포기하지 않고 현실을 핑계로 나태해지지 않는다면 최고의 결과는 아니더라도 현재 나로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많이 배울 것이다. 

제일 좋아하는 책을 불어로 읽고 싶어서 산 책 / 킹덤을 보기 시작했다. 불어 자막, 더빙으로 봐서 내용은 정확히 모르지만 틀 때는 해가 쨍쨍했는데 깜깜해진 밖을 보고 황급히 끈다

 나는 지금 교환학생을 와있어서 상대적으로 느끼는 부담감이 적기에 이렇게 배부른 소리를 할 수 있는 듯하다. 유학생과 자영업자 등 많은 분이 심리적으로 또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계신다. 하루빨리 코로나 바이러스가 종식되어 모두가 일상을 되찾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생동감을 찾아보기 어려운 하루 중  아침에 들을 수 있는 가장 생기 있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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