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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국경없는의사회 Mar 17. 2021

에티오피아 티그라이 의료 시설 약탈과 파괴

지역 주민들은 의료 공백을 맞이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최근 에티오피아 티그라이 지역의 많은 의료 시설이 약탈 당하고 파괴되었다고 전했다. 2020년 12월 중순에서 2021년 3월 초 사이 국경없는의사회 팀이 방문한 106개의 의료 시설 중 70%가 약탈을 당하고 30% 이상이 파손되었으며, 단 13%만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국경없는의사회 팀에 따르면 티그라이 전역의 여러 의료 시설에서 약탈이 반복되고 있다. 일부는 단순한 약탈의 목적일 수 있지만, 대부분은 지역 의료 시설의 기능을 마비시키기 위해 고의적으로 파손한 것으로 보인다. 

파손된 티그라이 데브르 아베이의 보건소. ©MSF

 티그라이 북서부 데브르 아베이(Debre Abay)와 메이 쿨리(May Kuhli) 등 여러 보건소에서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장비가 파괴되고 문과 창문이 부서지며, 의약품과 환자 파일이 바닥에 흩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티그라이 중부의 아드와(Adwa) 병원에서는 초음파 기계와 모니터 등 의료장비가 고의적으로 파손되어 있었다. 같은 지역 세메마(Semema)의 의료 시설은 군인에 의해 두 차례 약탈을 당한 후 화재가 일어나고, 세베야(Sebeya)의 보건소는 로켓탄에 맞아 분만실이 파괴된 것으로 알려졌다.


약탈을 당한 티그라이 동부 세베야의 보건소의 모습. ©MSF



군인에 의해 점거된 병원


국경없는의사회 팀이 방문한 의료 시설 중 약 5분의 1은 군인에 의해 점거된 상태였다. 일시적인 점거인 경우도 있었으나, 어떤 경우에는 무장 점령이 계속된 곳도 있었다. 티그라이 동부 무굴라트(Mugulat)에서는 에리트레아군이 여전히 의료 시설을 기지로 사용하고 있으며, 인구 50만 명을 대상으로 한 티그라이 중부 아비 아디(Abiy Addi)에 있는 병원은 3월 초까지 에티오피아군이 점령했다.


"군은 아비 아디 병원을 군사 기지로 사용하고 부상당한 군인들을 안정시키기 위해 사용했습니다. 그동안 민간인은 병원에 접근할 수 없었습니다. 대신 지역 보건소로 가야 했는데, 2차 진료 시설을 갖추지 못한 곳들이었죠. 수혈을 하거나 총상을 치료하는 등의 의료 서비스는 불가했습니다.”

케이트 놀란(Kate Nolan) 국경없는의사회 긴급구호 코디네이터 


빼앗긴 구급차


티그라이 중부 아비 아디 지역에 숨겨진 구급차. 무장 단체에 구급차를 빼앗기지 않고자 숨겨둔 모습이다. ©MSF

현재 티그라이의 의료 시설 중 구급차가 있는 곳은 거의 없다. 대부분이 무장단체에 의해 점령되었기 때문이다. 티그라이 동부 아디그랏(Adigrat)과 인근 지역에서는 병원 및 보건소에서 약 20대의 구급차를 빼앗겼다. 


이후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이 구급차 중 일부가 에리트레아 국경 인근의 군인들이 물자를 운반하는 데 사용하는 것을 보았다. 결과적으로 현재 티그라이에서는 환자 이송을 위한 이송 시스템이 거의 존재하지 않으며, 환자들은 필수 의료 서비스를 받기 위해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고, 때로는 며칠을 걸어 이동하기도 한다.


여러 의료 시설에는 남아 있는 직원 또한 거의 없다. 두려움에 피신한 사람도 있고, 몇 달 동안 급여를 받지 못해 더 이상 일을 하러 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주민에게 미치는 파괴적인 영향


"티그라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의료 시설에 대한 공격은 주민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미치고 있습니다. 국제 인도주의 법에 따라 분쟁 기간 동안 의료 시설과 의료진은 보호받아야 합니다. 티그라이에서는 명백히 이것이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올리버 벤(Oliver Behn) 국경없는의사회 사무총장

2020년 11월 분쟁이 시작되기 전 티그라이는 에티오피아에서 가장 우수한 의료 시스템을 갖춘 곳 중에 하나였다. 각 마을에는 보건 지소가 있었고, 도시에는 보건소와 병원이 있으며,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한 구급차를 통한 이송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었다. 이 의료 시스템은 현재 완전히 붕괴되었다.


에티오피아 티그라이 셀레클레카(Selekleka) 병원 내부. 병원은 현재 운영이 중단되었으며 지역 주민은 의료 공백을 겪고 있다.  ©MSF


티그라이의 외딴 지역에서 이동진료소를 운영하는 국경없는의사회 직원들은 출산 중 사망한 산모의 이야기를 전해 듣기도 했다. 구급차가 부족하고 이동하는 길이 매우 위험하며 통행금지가 내려지는 등 병원에 가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많은 여성이 비공식 난민 캠프의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출산을 하고 있다.


지난 4개월 동안 산전∙후관리를 받은 임산부가 거의 없고, 아동은 예방접종을 받지 못해 향후 감염병 발생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정신질환 환자 뿐 아니라 당뇨, 고혈압, HIV 등 만성질환 환자들은 약을 복용하지 못하고 있다. 의료 및 심리치료를 받지 못하는 성폭력 피해자도 늘고 있다. 


티그라이에서 전투가 발발한 이후 11월 15일 국경없는의사회가 후메라(Humera) 병원에 도착했을 때, 심각히 파손된 상태의 병원을 발견했다. 병원은 버려졌고, 폭력이 발생하며 직원과 환자는 모두 피신했다. 국경없는의사회 팀보다 두 시간 먼저 도착한 지역 의료진이 겨우 외래진료를 재개했다. ©MSF


"의료 시스템은 가능한 한 빨리 회복되어야 합니다. 의료 시설이 복구되어야 하고, 더 많은 물자와 구급차가 필요하며, 직원은 급여를 받고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보장 받아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분쟁 가운데 모든 무장 단체가 의료 시설과 의료진을 존중하고 보호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올리버 벤 국경없는의사회 사무총장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지역 전역의 여러 의료 시설을 복구하고, 의약품과 의료 물자를 지원하며, 응급실, 산과 병동 운영 및 외래 진료 등 직접 의료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의료 시스템이 미치지 못하는 외딴 마을과 실향민이 머물고 있는 비공식 캠프에서도 이동진료소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티그라이에는 여전히 국경없는의사회를 비롯한 다른 어떤 단체도 접근할 수 없는 지역들이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러한 지역의 주민 또한 아무런 의료 서비스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고 추측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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