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는 남편의 불룩한 배를 못마땅한 듯 쳐다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어휴, 배가 그게 뭐야? 살 좀 빼! "
남편은 민망한지 배를 손으로 만지작거렸다.
"내 배가 어때서? 귀엽기만 한데."
어머니의 다이어트 잔소리가 시작되었다. 만날 때마다 잔소리하는 어머니도, 그 잔소리를 듣기 싫어하면서도 살을 빼지 않는 남편도 대단하다고 생각하며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며늘아, 너한테도 책임이 있어!"
이게 웬 날벼락이란 말인가. 놀란 눈을 하고 어머니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너도 살 빼라고 잔소리 좀 해!"
억울한 표정을 하며 남편을 바라봤다. 남편은 눈이 마주치자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거실 바닥에 드러누워 리모컨으로 채널을 돌렸다. 텔레비전 화면 속 연예인들과 남편은 웃고 있었지만 나는 웃을 수 없었다.
나도 전에는 남편에게 다이어트 잔소리 기관총을 다다다 쏘며 애정 표현을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머리는 살을 빼야 한다는 건 알고 있지만 몸이 거부하고 있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피둥피둥 살찐 내가 잔소리를 할 자격이 있을까. 이미 스트레스에 치여 살고 있는 남편에게 더 이상 스트레스를 주고 싶지 않았다.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남편에게 물었다.
"자기야, 자기한테 스트레스 주기 싫어서 그동안 살 빼라고 안 했는데요. 내가 잔소리했으면 좋겠어요?"
남편은 고개를 끄덕였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말, 나한테도 책임이 있다는 그 말이 떠올라 얼굴이 빨개졌다. 내 맘과 몸이 편하고자 방임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남편의 두턱을 뚫어져라 바라보다 결심했다.
"다음 주부터 저녁 간단하게 먹고 호수 공원 한 바퀴 걸어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