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강화도로 꽃게를 먹으러 갔다.
감사하게도 시어머니가 김포에 사는 엄마를 모시고 가자고 해서 시어머니, 엄마, 그리고 남편과 함께 가게 되었다.
식당에 가기 전에 외포항 젓갈 수산물 직판장에 들렀다.
어머니는 그곳에서 김장에 넣을 새우젓과 황석어젓을 구매했다.
직판장에서 나와 주차장으로 걸어가는 길에 갯벌이 보였다.
그곳을 눈과 휴대폰에 담았다.
직판장에서 차로 2분 거리에 있는 꽃게 맛집으로 향했다.
‘수요미식회’에 나왔던 곳이라 남편과 나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식당 입구에 있는 웨이팅 기계와 대기석이 눈에 들어왔다.
다행히 금요일 점심시간이라 대기 없이 식당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아침을 거른 남편은 의자에 앉자마자 간장게장과 꽃게탕을 주문했다.
어머니와 엄마는 벽에 붙어있는 메뉴판에 적힌 음식 가격을 보고 눈을 휘둥그레 떴다.
남편은 웃으면서 가격 생각하지 말고 맛있게 먹자고 했다.
입맛이 예민한 어머니와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냉장고에 있는 반찬으로 한 끼를 대충 때웠을 엄마가 밥 한 그릇 뚝딱 비울 정도로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흐뭇했다.
어머니와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어머니는 식당을 나오면서 다음 꽃게철에도 또 오자고 했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김포에 사는 엄마를 먼저 모셔다 드리기로 했다.
엄마는 원래 어머니 앞에서 말실수를 할까 봐 어머니가 물어보는 질문에만 대답을 했었다.
그런데 오늘은 맛있는 점심을 먹고 기분이 좋아졌는지 차 안에서 말문이 터졌다.
곧 자신의 생일이 다가와서 이번 주 일요일에 형제들과 함께 밥을 먹는다, 형제들이 거동이 불편한 나를 배려해 다른 사람 생일에도 김포에서 모여 밥을 먹는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큰동생, 작은동생이 선생님이었는데 지금은 퇴직을 했어요."
뒷좌석에 엄마와 나란히 앉아있던 나는 급하게 엄마의 오른쪽 손을 꾹 잡았다.
엄마는 말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내 얼굴을 바라봤다.
나는 엄마에게 무언의 눈빛을 보냈다.
차 안에는 내비게이션과 라디오 소리만 들렸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 관계는 어머니보다 엄마가, 그리고 남편보다는 내가,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조심하는 것 같다.
가깝고도 먼 사이, 먼 사이지만 가까운 어머니와 엄마의 관계를 지금처럼 유지하려면 서로 조심하면서 적당한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