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잘한 거 맞지?'
나는 설거지를 하며 만둣국 집에서 있었던 일을 되새겼다.
시어머니, 남편과 함께 만둣국 집에 갔다. 식당 입구 쪽에 자리를 잡았다. 우리는 배가 너무 고파서 자리에 앉자마자 만둣국을 주문했다. 남편은 핸드폰을 보고 있었고, 남편 옆에 앉은 어머니는 입을 꾹 다문 채 식당을 둘러보고 있었다. 어머니 맞은편에 앉은 나는 만둣국을 빨리 먹고 집에 가서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오전에 밭에서 땅콩을 캔 다음 줄기에 붙어있는 땅콩을 떼어내는 일을 해서 피곤하기도 했고, 밀린 집안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 오른쪽 옆에 두 사람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은 비어있었고, 그 옆 테이블에 두 쌍의 커플이 자리를 잡았다. 3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그들은 식당에 들어올 때부터 대화를 주고받았다. 식당이 조용한 편이어서 그들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다 들을 수 있었다. 우리는 이 집 만두가 얼마나 맛있는지부터 지난주에 일본 여행을 갔다 온 이야기까지, 궁금하지 않은 얘기들을 옆에서 들을 수밖에 없었다. 피곤해서 그랬을까. 그날따라 유난히 그들의 목소리가 귀에 거슬렸다. 아니나 다를까 어머니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그들의 목소리에 묻혀 정확히 들을 순 없었지만, 어머니의 입술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다행히 그 타이밍에 우리가 주문한 만둣국이 나왔다. 우리 테이블은 김치 씹는 소리와 국물 떠 마시는 소리만 들리는 반면에 옆 테이블은 대화가 끊이지 않았다. 어머니는 옆 테이블 사람들을 곁눈질로 보다가 수저를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거 되게 시끄럽네."
"어머니, 제발 참아주세요."
나는 얼굴을 찌푸리며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옆 테이블에 들리지 않을 정도로. 어머니는 한숨을 쉬며 수저를 다시 들었다.
"음식이 나오면 조용해질 거예요."
나는 어머니의 신경을 다른 데로 돌리고 싶었다. 전전긍긍하고 있는 나와 달리 평온하게 만둣국을 먹고 있는 남편의 입을 째려보다가 덥수룩한 수염이 눈에 들어왔다. 남편이 누굴 닮아서 수염이 이렇게 덥수룩하게 자라는지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 어머니는 입에 넣은 만두가 보일 정도로 입을 크게 벌리고 웃으며 말했다. 남편이 돌아가신 외할아버지를 닮았다고 했다. 엉뚱한 질문과 어머니 입맛에 맞는 만둣국 덕분에 우리 테이블에 평화가 찾아왔다.
우리가 만둣국을 먼저 먹고 식당을 나가거나 옆 테이블 음식이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옆 테이블은 메뉴를 다양하게 주문하는 바람에 우리가 만둣국을 거의 다 먹을 때쯤 음식이 나왔다. 내 예상대로 음식이 나오자마자 그들의 대화는 잠깐 멈추었다. 우리는 무사히 만둣국을 먹고 밖으로 나왔다. 남편이 외부 주차장에서 차를 가져오는 동안 어머니에게 말했다.
"어머니, 요즘 세상이 흉흉해서 조심해야 해요. 아까 힘드셨을 텐데 참아주셔서 감사해요."
어머니는 내 얘기를 듣기만 하고 아무런 말이 없었다.
어머니와 헤어지고 집으로 오는 차 안에서도, 집에서 밀린 설거지를 하면서도 아까 있었던 일을 되새겼다. 마음이 찝찝했다. 설거지를 끝낸 냄비에 붙어있는 고춧가루처럼. 그리고 하고 싶은 말과 해야 할 말은 꼭 해야 직성이 풀리는 어머니는 편히 자고 있는지 궁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