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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쾌한씨 May 17. 2024

카네이션 부럽지가 않어

우리 부부는 둘이 산다.

남들에게 딩크족이라고 말하기보단 둘이 산다고 말한다.

딩크족은 멋있는 느낌이지만 우리 부부가 둘이 살기로 결심한 이유는 솔직히 고백하자면 멋있지 않다.

엄마는 오빠와 내가 있어 행복하다고 하지만 우리를 키우면서 고생만 한 것 같아 감사한 마음보다 죄송한 마음이 더 크다.

자식들을 키우느라 허리가 90도 가까이 굽은 엄마와 허리에 철심을 박은 시어머니처럼 고생할 자신이 없어 둘이 살기로 했다.

그래서 둘이 산다고 말하는 게 부끄러울 때도 있다.

차를 살 능력이 있는데 차가 없는 사람과 차를 살 능력이 없어 차가 없는 사람 중에서 우리는 후자에 속하기 때문이다.


5월 8일 어버이날이 되면 지인들의 인스타그램이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에 분홍색, 빨간색 카네이션 사진이 올라온다.

카네이션은 부럽지 않은데 고사리 손으로 쓴 삐뚤빼뚤 손 편지와 효도 쿠폰은 부럽다.

꽃은 돈 주고 살 수 있지만 감사의 마음이 담긴 손 편지와 효도 쿠폰은 살 수 없다.

올해 어버이날에는 멀지 않은 미래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지금은 편지와 쿠폰 정도지만 빠르면 십 년 뒤에는 편지가 용돈으로, 쿠폰이 해외여행으로 바뀌는 날이 올 것이다.

부러워하면 지는 거라고 했다.

미래의 나는 선택해야 한다.

부러워하는 마음을 숨기며 맞자랑거리(서로 엇비슷한 자랑거리)를 만들어 비기거나 부러워하는 마음을 내보이며 패자가 되는 것 중에서 하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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