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엄마와 점심을 먹기로 했다. 외출 준비를 다하고 밖으로 나가기 전에 휴대폰으로 버스 앱을 열었다. 버스 정류장은 아파트 공동현관에서 도보로 1분 거리에 있어 보통 버스 도착 5분~10분 전에 집에서 나간다.
‘15분이나 남았네. 거실 테이블을 정리해야겠다.’
테이블 위에 널브러진 그림책들을 정리하고 물이 3분의 1 정도 남은 컵을 싱크대 설거지통에 넣었다. 다시 앱을 확인했다.
‘10분 남았네.’
싱크대에 기대서서 SNS 앱을 열었다. 먹음직스러운 음식 사진들과 웃긴 영상을 몇 개 본 다음 앱을 확인하니 버스 도착 5분 전. 의자에 올려둔 에코백을 팔에 걸고 운동화에 발 앞부분만 넣은 채 복도로 나왔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발꿈치를 운동화에 넣었다. 4층. 6층. 11층.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
‘택배?’
비상계단 문을 열고 17층에서 한 층 아래로 내려갔다. 16층 계단 문을 열고 엘리베이터 층수를 확인하니 13층에 멈춰 있다. 버스 도착 3분 전. 이 버스를 놓치면 30분을 기다려야 한다. 16층에서부터 마음은 폭주족이 탄 오토바이 속도로, 다리는 커플이 탄 자전거 속도로 내려갔다.
‘왜 하필이면 지금이냐고!’
‘아니야. 늦장 부린 내가 잘못이지, 내가 잘못이야.’
축구 경기의 골인 장면처럼 내가 축구공이 되어 버스 안으로 쏙 들어가는 모습을 상상하며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헉헉거리며. 1층에 도착해서 밖으로 나오니 바닥에 쌓인 보냉백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너머로 유유히 지나가는 버스.
‘아으... 1분만 빨리 나올걸!’
버스 정류장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숨과 마음을 고르며. 휴대폰 메모장 앱을 열어 손가락을 빠르게 움직였다. 비록 늦장을 부려 몸은 고생했지만 글감을 얻었다는 기쁨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렇게 나는 점점 글 변태가 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