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을 읽고 문득 엄마가 떠올랐다.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며칠 후, 엄마를 만났다.
“엄마, 나 낳기 전에 두 번 유산했었다고 했죠?”
“응? 갑자기?
“책을 읽다가 엄마 생각이 났어요.”
“아, 오빠 낳기 전에 한 번, 너 낳기 전에 한 번.”
“엄마 많이 힘들었겠다…“
“너무 오래된 일이라 기억이 잘 안 나. 그때는 힘들다고 느낄 겨를도 없었지.”
“전에 엄마한테 이 얘기 들었을 때 나는 내가 행운아라고만 생각했어요. 책을 읽다가 너무 부끄러웠어요.”
엄마는 엷게 웃었다.
“너 뉴스 봤어?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가 있어? 우울증이 정말 무서운 병인가 봐.”
“엄마 기억 안 나요? 엄마도 예전에 너무 우울해서 죽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다면서요?”
“내가?”
“그때 이모가 엄마 옷도 사주고 50만 원도 줬다고 했었잖아요.”
“아, 그때... 어차피 죽을 건데 이모가 사준 블라우스를 내가 입을 수 있을까 생각했었어.”
덤덤하게 말하는 엄마를 보니 가슴이 시큰해지는 것 같았다.
“우울증이 그만큼 무서운 거예요.”
엄마는 멋쩍은 듯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엄마가 지금은 힘들지 않아서, 엄마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