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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 동아리 단톡방에 부고가 떴다. A 선생님이 부친상을 당했다. 선생님들은 그날 저녁에 조문하러 간다고 했다. 우리는 서로를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나는 수업이 늦게 끝나 함께 갈 수 없었다. 장례식장은 집에서 차로 한 시간 반, 대중교통으로 두 시간 걸리는 곳에 있었다. 고민이 되었다. 부의금만 보낼지, 다음 날 오전에 혼자 갈지.
결국 다음 날 아침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부의금만 보내면 마음이 불편할 것 같았다. 전날 밤 고민하느라 잠을 설친 탓에 자꾸 하품이 나왔다. 날씨는 또 어찌나 더운지 가만히 있어도 등에서 땀이 흘렀다.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빈소에는 A 선생님과 남자 두 명이 있었다. 어색한 공기가 감돌았다. 고인의 영전에 분향하고 어줍은 몸집으로 절을 한 번 했다. 혼자 조문한 건 처음이라 갑자기 머릿속이 하얘졌다. 눈이 마주친 남자에게 물었다.
“절 두 번 하는 거죠?”
“네. 한 번 더 하시면 됩니다. 저희랑은 한 번 하는 거고요.”
실수하지 않으려고 질문했는데, 질문 자체가 실수처럼 느껴졌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선생님과 수어하고 접객실로 자리를 옮겼다.
선생님은 날도 더운데 여기까지 어떻게 왔냐며 놀란 얼굴로 물었다. 선생님의 퉁퉁 부은 눈을 보자마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선생님은 티슈 한 장을 건네며 식사를 권했다. 나는 밥 먹을 시간은 안 된다고 말하며 사양했다. 사실 계획은 선생님과 잠깐 인사를 나누고 장례식장에서 바로 나오는 것이었다. 선생님이 내민 비타민 음료를 받아들고 벽에 걸린 시계를 힐끗 봤다.
‘지금 일어나야 하는데...’
그때 마침 조문객이 왔다. 이때다 싶어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나는 지금 가야 한다고 말하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서둘러 나왔다. 마치 누군가에 쫓기듯.
장례식장을 나와 버스 정류장까지 거의 달리다시피 걸었다. 조금 더 있다 나올 걸 그랬나. 내가 급작스럽게 나오는 바람에 선생님 마음이 더 불편해진 것은 아닐까. 부의금만 보낼 걸 그랬나.
몸은 집으로 향하고 있었지만 마음은 장례식장에 머물러 있었다. 내 마음 편하려고 조문을 갔는데 오히려 마음이 더 불편해졌네.
그 순간, 엄마에게서 문자가 왔다.
‘현경아, 만 원 입금했어’
돈 안 줘도 된다고 했는데 보냈네. 한숨이 나왔다.
며칠 전, 엄마는 과일가게에서 과일을 사야 하는데 현금이 없다며 만 원을 빌려달라고 했다. 나는 안 줘도 된다고 하며 돈을 건넸다. 그런데 엄마는 어르신 보행기를 끌고 은행에 가서 송금한 것이다. 오늘처럼 더운 날. 엄마에게 전화하고 싶은 마음이 치미는 걸 꾹 참았다. 예전에 내가 엄마에게 했던 말이 생각났다.
“엄마는 마음 불편하게 하는 재주가 있어!”
그 엄마에 그 딸은 선생님에게 급히 나와서 미안하다는 내용의 카톡을 보냈다. 차창 밖을 내다보다 빈소에서의 내 모습이 떠올라 얼굴이 살짝 달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