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개나 소나 책을 내잖아요.”
오늘 도서관에서 처음 만난 사람에게 들은 말이다. 어쩌다가 이 말이 나왔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 한 문장이 자꾸만 귓가에 맴돌았다.
대체 누가 이 말을 처음 했을까. 왜 ‘아무나’ 대신에 ‘개나 소나’라고 표현했을까. 처음 이 말을 한 사람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책을 냈나요?”
나는 고등학교 3학년 때 문예창작과와 방송극작과에 합격했으나, 가정 형편 때문에 다른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길을 걸으면서도 언젠가는 내 이름으로 된 책을 내고 싶다는 아득한 꿈을 품고 있었다.
2023년 7월, 66일 동안 매일 글쓰기 챌린지에 도전하면서 글쓰기를 시작했다. ‘챌린지’라는 단어는 본래 도전을 의미하지만, 최근에는 어떤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과정을 말하기도 한다.
글쓰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브런치스토리(이하 브런치)를 알게 되었다. 같은 해 8월 처음 작가 신청을 하고 두 달 동안 잇따라 고배를 마셨다. 아홉 번 떨어지고 열 번 만에 합격했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로 시작하는 메시지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 문구를 보자마자 코끝이 시큰하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기뻤다. 몸치인데 춤을 추고 싶을 만큼.
브런치 작가가 되기 위해 도전하는 동안 몸과 마음이 지치기도 했다. 방광염이 재발했고, 기분도 우울했다. 불합격 메일을 받을 때마다 이번에는 왜 떨어졌는지 이유를 묻고 싶었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일었을 때 지인이 쓴 글에서 이 문장을 읽고 다시 도전할 힘을 얻었다.
“힘든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달린다.”
‘그래. 글린이(글쓰기를 처음 시작해 배우는 단계에 놓인 사람)가 작가가 되려면 당연히 힘들지. 다시 도전해 보자!’
마음을 다잡고 두 번의 도전 끝에 브런치 작가가 될 수 있었다. 이틀 뒤에는 글쓰기 챌린지도 완주했다. 글을 꾸준하게 쓰고 싶어서 글쓰기 공모전에도 도전했다. 수없이 떨어져도 다시 도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탈락해도 글이 남았다. 경험도. 그 글은 대부분 브런치에 올렸다. 운이 좋게도 브런치에 올린 글들이 다음 메인과 인기 글에 올랐다. 올해는 시에서 주최하는 공모전에서 운문으로 우수상을 받았고, 월간지 두 곳에 글이 실렸다.
최근에 고교 졸업 후 20년간 열아홉 가지 직업을 거친 중국 택배 기사가 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기사를 읽었다. 이제는 누구나 책을 낼 수 있는 시대다. 40대 아줌마인 나도 잊고 있었던 꿈을 다시 꿀 수 있게 되었다.
요즘에는 개나 소나 책을 낸다고 처음 말했던 사람에게, 오늘 도서관에서 그 말을 한 사람에게 말하고 싶다.
“당신이 한 말이 저에게 영감을 주었습니다. 덕분에 이 글을 쓸 수 있었어요.”
방광염이 재발해서 병원에 다녀왔다. 지난달에는 독후감 두 편과 시 한 편을 써서 공모전에 응모했고, 이달에는 이 글과 다른 공모전에 제출할 글을 쓰느라 스트레스를 받았나 보다. 이쯤에서 독자는 궁금할 것이다. 이 사람은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열심히 글을 쓰는 거야?
글을 쓰면서 알게 되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는 것을. 그리고 정말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그 이야기는 잘 써야 하고, 잘 쓰고 싶다. 지금처럼 경험과 내공을 차곡차곡 쌓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나도 개나 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어제 기사에서 접한 한 문장을 마음에 새기며 이 글을 마무리하고 싶다. 프랑스 작가 모리스 블랑쇼가 한 말이다.
“우리는 우리가 쓰는 것에 따라서 우리가 된다.”
우리 책에서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