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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차를 타고 밖으로 나왔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따라 나직이 흥얼거리는 그의 옆모습 나는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때, 차창에 새똥이라기엔 투명한 침이라기엔 믿고 싶지 않은 액체가 묻어 있었다 순간, 끈적한 기분이 들었다 끈적한 냄새도 나는 것 같았다 저거 새똥이지? 그는 가래침이라고 말했다 무덤덤하게 누가 그랬어? 그는 어깨를 들썩였다, 모르겠다는 듯
누가 그랬을까······ 그는 아는 사람이 그랬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무덤덤하게 몇몇 얼굴들이 스쳤다 작대기로 잿더미 속을 뒤적이면 되살아나는 조그만 불씨처럼 화가 고개를 들었다 잊고 있던 기억들이 되살아나 마음이 뒤집힐 것 같았다 블랙박스를 확인하자는 나에게 그는 말했다 또, 무덤덤하게 누군지 알아서 뭐하게?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은 그의 마음에 불씨를 옮겨 붙이고 싶지 않아 나오려던 말을 되삼켰다
차창을 두드리는 빗소리 흘러내리는 빗물을 닦아내는 와이퍼 소리 라디오에서 음악의 전주가 들리자 그가 말했다 비 오는 날에 딱인데? 나도 그를 따라 흥얼거렸다 음악이 끝나고 다시 차창을 보았다 빗물에 씻겨 사라진 얼룩 차창만 보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았다
하지만 불씨는 아직 완전히 꺼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