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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이 몸으로 살면 안 될까

by 정유쾌한씨

“자기야, 오늘 유튜브에서 봤는데 36시간 동안 단식하면 건강에 좋대. 나도 단식해야겠어.”

“나도 다이어트해야 하는데. 그럼 이번 주 일요일에 자기는 단식하고 나는 푸룬 주스 마실까요?


나는 다이어트를 결심하면 푸룬 주스를 마시고 장을 비운다.


비가 내리는 일요일.

일부러 늦잠을 잤다.

아침 일찍 일어나면 뭔가를 먹을 것 같아서.

남편은 늘 그렇듯 일찍 일어났는지 TV를 켜놓은 채 거실 소파에서 코를 골며 자고 있다.

인기척을 느낀 남편은 눈을 떴다.


“자기야, 오늘 굶을 거죠? 나는 푸룬 주스 마실 거예요.”

“으... 응... 배고프다.”


망설이는 듯한 그의 대답.


“우리 살 빼야지! 살이 너무 많이 쪘잖아!”

“이번 생은 틀렸어.”


헛웃음이 나왔다.

실은 먹는 것을 좋아하는 나도 가끔 남편과 같은 생각을 한다.

그러다가도 옷을 입을 때마다, 자주 찍지는 않지만 사진 찍을 때마다 빼야지, 빼야지, 다짐만 한다.

나는 요요가 와서 남편보다 더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다.

자책도 하고.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운동해야 하는데, 요즘 이것저것 배우러 다니느라 운동할 시간이 없다.


나는 눈을 질끈 감고 푸룬 주스를 단숨에 들이켰다.

남편은 다시 잠들었다.

남편의 코 고는 소리를 들으며 생각했다.


‘그냥 이 몸으로 살면 안 되는 걸까.’


배고픈데 비까지 내려 더 우울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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