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쓰지 만은 않았다

by 정유쾌한씨

나는 ‘글쓰기 강의’ 하면 강원국 작가님이 먼저 떠오른다. 2년 전에 글쓰기를 시작할 때 유튜브에서 작가님의 동영상을 보며 글쓰기를 배웠다.


운이 좋게도 작가님의 오프라인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10월 말부터 12월 중순까지 매주 월요일에 화정 도서관에서 작가님의 ‘책 쓰기 수업’을 들었다.


첫 수업 때 강의실 앞에서 미소 짓고 있는 작가님을 보며 나는 연신 눈을 깜박였다. 꿈을 꾸는 듯했다. 작년에 작가님의 북토크에서 책에 친필 사인을 받았을 때도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는데.


꿈만 같았던 몇 주가 지나고 마지막 날이 되었다. 일주일 전에 수강생들이 제출한 과제를 보며 작가님이 피드백을 해 주었다. 과제는 자신이 쓰고자 하는 책의 제목과 목차를 작성하는 거였다. 나는 브런치북 공모전에 응모한 『결혼했더니 시어머니가 덤으로 왔다』의 목차를 과제로 제출했다.


“다음은 정현경 님.”


작가님이 내 이름을 부르는 순간부터 나는 얼굴이 빨개졌다. 손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제목이 대박이다.”


작가님은 웃음을 띠며 제목과 목차 몇 개를 읽어 주었다. 그제야 나는 웃을 수 있었다. 앞에서 두 번째 자리에 앉은 나는 뒤에서 들리는 수강생들의 웃음소리를 듣는 순간 희열을 느꼈다. 작가님과 수강생들이 응원해 주는 것 같았다. 앞으로 글을 계속 써도 된다고. 코끝이 찡했다.


이틀 뒤 브런치북 공모전 수상작이 발표되었다. 나는 고배를 마셨지만 생각보다 기분이 괜찮았다. 아마도 며칠 전에 도서관에서 들었던 웃음소리의 여운이 가슴에 남아 있었나 보다. 또 쓸 수 있는 힘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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