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는 과학이다
글쓰기 모임에서 알게 되어 친하게 지내는 지인이 있다.
어느 늦은 밤, 그녀에게 전화가 왔다.
전화기 너머로 질질 슬리퍼 끄는 소리가 들렸다.
나 "어디세요?"
그녀 "집에 있기 답답해서 나왔어요. 맥주 사러 편의점에 가고 있어요."
나 "너무 늦은 시간인데요?"
그녀 "자려고 누웠는데 잠이 안 와서 맥주 한 캔 마시고 자려고요. 저녁에 남편과 싸웠거든요."
나 ”남편 뒷담화를 안주 삼아 같이 맥주 마시고 싶은데 너무 늦은 시간이네요."
그녀는 땅이 꺼질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 "후유, 짜증나! 나랑 너무 안 맞아! 남편은 돌아이야! 돌아이!"
그녀의 기분 전환을 위해 우스갯소리를 던졌다.
나 ”TV에서 봤는데요. 부부는 로또래요."
그녀 “로또?”
나 “로또처럼 너무 안 맞아서요.”
그녀 “하하하!”
나 “전에 남편분 MBTI가 뭐라고 했죠?"
그녀 "ABCD요."
나 "ABCD요? 어? 잠시만요!"
핸드폰 메모장에 저장되어 있는 남편의 MBTI를 찾았다.
나 "하하하! 남편도 ABCD예요!"
그녀 "어머!"
나 "MBTI는 과학이죠! 힘드시죠? 저도 힘들어요. 근데 저보다 남편이 더 힘들 거예요. 제가 남편보다 더 돌아이거든요. 푸하하!"
그녀 "홍홍홍. 나의 마음을 알아주는 현경씨 덕분에 기분이 좋아졌어요."
다행이다.
남편의 희생 덕분에 그녀의 기분이 좋아졌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