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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쾌한씨 Feb 29. 2024

물미역이 가고 냉이가 왔다

물미역을 결혼하고 시댁에서 처음 접했다.

평소 미역으로 만든 미역국이나 미역냉국, 미역초무침을 좋아해서 노란 고무줄로 묶여있는 물미역이 생소했지만 반가웠다.


시어머니    "물미역 무쳐줄게."


물미역을 찬물에 바락바락 씻어 거품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여러 번 헹군 다음 물미역 고무줄의 아랫부분을 칼로 잘라낸다.

갈색 물미역이 끓는 물 냄비 온천에 들어갔다 나오니 초록색으로 변신을 한다.

데친 물미역을 찬물로 샤워를 시키고 물기를 뺀 다음에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물미역의 물기를 꼭 짠 후 볼에 넣은 다음 시어머니표 고추장, 들기름, 식초, 다진 마늘, 미원, 통깨를 넣고 일회용 장갑을 낀 손으로 조물조물 무친다.

물미역의 바다 향과 들기름의 고소한 향, 시큼한 식초 향을 맡으면 향에 취해 손이 자연스럽게 볼로 향한다.

엄지와 검지로 물미역을 집어 맛을 본다.

매콤새콤한 맛이 입맛을 돋우면서 "으음~" 소리가 절로 나온다.


처음 접했던 물미역을 손으로 집어 맛을 본 순간부터 물미역 무침은 '겨울' 하면 떠오르는 음식이 되었다.




시댁 부엌 식탁 위에 냉이가 산처럼 쌓여있다.


남편    "엄마, 냉이 캤어?"

어머니    "응."

나    "냉이가 벌써 나왔어요?"

남편    "날이 이렇게 추운데 냉이를 캤어? 그니까 감기에 걸리지! 으이그..."

어머니    "콜록콜록! 냉이 가져가서 된장찌개 끓여 먹어. 냉이 무쳐줄게. 냉이 무침도 가져가."


푸릇푸릇한 냉이를 보며 냉이 된장찌개와 냉이 무침을 떠올리며 입맛을 다신다.

'나는 자연인이다'를 보면서 "나도 TV에 나오는 저 사람처럼 산에서 살고 싶다!"라고 말할 정도로 시어머니는 자연을 좋아하고 자연과 친하게 지내신다.

어머니 덕분에 나물 바보가 '나'에서 '물'까지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어머니가 감기까지 걸리면서 캐신 냉이를 감사히 먹어야겠다.


아직 패딩을 입고 다닐 정도로 추운데 봄이 왔다고 냉이가 신호를 보내니 봄맞이 준비를 해야겠다.

이번 겨울에는 물미역 무침을 많이 못 먹어서 아쉽지만 냉이 된장찌개와 냉이 무침을 먹으며 봄을 반갑게 맞이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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