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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감성 Dec 27. 2022

10월 매미


 10월, 매미가 울었다. 개와 산책 겸 거의 매일 아침 인적이 드문 산 길을 오른다. 신기하게도 매미가 우는 것을 듣게 되었다. 보통 한 여름에 울여야 할 것인데 늦게 나온 것을 세상에 푸념하듯 거세게 울어 댔다. 그 매미도 나처럼 때 늦은 시기에 세상을 향해 “나 여기 있소” 하고  소리치는 것 같았다. 한 여름의 매미 소리가 불꽃 같은 사랑의 노래 였다면, 10월의 매미는 길가의 포장마차에서 이름 모를 이가 홀로 구슬프게 부르는 옛 노래 한구절 같아 처량해 보였다.

 우연히 떨어지는 낙엽이 내 몸에 닿은 날, 한 생명이 태어나 죽는 순간에 나를 만난 것이라 한달 전 10년을 동고동락한 강아지의 보내는 날이 생각났다. 그날은 일본영화 “おくりびと(오쿠리비토)” OST 에서 “DEPARTURE” 를 하루 종일 들었고 울었다. 지금 내 핸드폰 배경화면과 카톡의 프로필도 그녀석이다. 그래서 하루에도 수십 번 그녀석의 얼굴을 보는데 볼때마다 아직은 눈시울이 불어진다. 이별을 했음에도 아직 나는 미련이 남아 쉽게 보내지 못한 듯하다. 

  아침, 저녁으로 맞이하는 높고 드넓은 가을 하늘의 찬 공기가 얼굴을 어루만지다 스쳐 가는 그 느낌이 너무 좋다. 10월은 내게 그리움 가득한 한 때여서 가장 좋아하고 한번도 만나보지 못했던 사람을 만날것 같은 그런 계절이다.

 그렇게, 때늦은 10월 매미와 나는 같은 마음으로 운 것이 아닌가 싶다. 그렇게 울어댔으니 그 매미도 나도 좋은 짝을 만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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