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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감성 Jan 09. 2024

미워도 곱다

내게 찾아온 두려움에 대하여



  아침 눈을 떠 천장을 바라보고 있을 때, 내 안에 뭔가 덜컥하고 찾아왔다는 것을 감지했다. 썩 달갑지 않은 오래된 친구가 찾아온 것이다. 오랜만에 재회였다. 이번만큼은 만나고 싶지 않았는데, 새로운 도전을 할 시기가 되면 우린 아무런 연락 없이 이렇게 만나왔다.  


  그를 만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테지만, 언제 어디서 찾아올지 모르는 그를 피할 수 있는 법을 알지 못하기에 일단 한번 만나면 먼저 그런 그를 맞이하고, 태연한 척 그에게 말을 걸면 된다. 단, 천천히 한다. 내가 서두르거나, 피하려 하거나, 움츠리는 순간 그는 나를 애송이라 생각하고 더욱 강하게 움켜쥔다. 그래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들어 버리는 경우도 많았다.


  내 안에 있는 그와 대화를 하다 보면 그가 내주는 용기에 관한 질문을 여러 차례 받을 것이다. (내 경우에는 그러했다)  그가 내준 질문을 내 나름의 방식대로 하나하나 풀어가다 보면 그것이 내 삶에 유용한 하나의 도구로써 새로운 시작의 길로 안내해 주었다. 그가 나를 찾아온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나라고 깨달을 때쯤 어느새 그는 홀연히 떠난 뒤라는 걸 뒤늦게 알아차린다. 잠시지만 아무 말 없이 떠나 섭섭함이 느껴지려는 찰나 그것을 쓰나미처럼 밀어내는 해방감에 그야말로 온 세상을 다 가진 듯한 자유로운 자신감으로 바뀌게 된다.   


 원래의 나보다 못나고 볼품없게 만들어버려 일명 ‘쪼다’로 만들지언정. 그로 인해 모든 발전은 항상 작은 후퇴 속에 내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나만의 진리를 터득한다. 자주 보지 말아야 할 친구이기는 하나, 언젠가 내가 다시 새로운 무언가를 도전할 때 다시금 찾아와 내게 인생의 힌트를 주고 갈 너라는 걸 알기에 나는 두려움 네가 미워도 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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