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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사랑 : 사랑, 기억하고 있나요?

Vol.3 - 고백

by 민감성




그 이후로 저녁 점호를 마치고 나면 여사감과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그녀에 대한 정보를 조금씩 얻어냈다. 이름은 이미 알았고, 학과와 학년을 알려주었다. 그녀의 이름은 송진희, 시각디자인과 3학년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남자친구가 있는지는 무지했지만 이 정도도 내게 큰 수확이었다.

그녀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토대로 4월 안에는 어쨌든 승부를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며칠간 고민하다가 4월 하순의 어느 날 육감적으로 오늘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날 저녁에 사감을 찾아가 그녀를 불러 달라 말을 했다. 사감은 누군가의 고백이 기쁜 듯이 웃으며 알았다고 말했다. 점호 끝나고 기다리고 말했다.


밤 10시가 넘어서 점호를 마치고 행정실에서 기다렸다. 사감이 어딘가로 전화를 했다. 그러곤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그녀가 행정실로 내려왔다. 그녀를 불러달라고 말한 순간부터 내내 긴장을 했었지만, 그녀가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그 순간에는 온몸이 점점 막대기처럼 굳어갔다. 그녀가 행정실에 도착하자 사감이 내가 말했다.


“잘해봐요~”


나는 행정실 밖에 있는 그녀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저기 제가 사감에게 부탁해서 좀 나와달라고 했거든요. 잠깐 괜찮으세요?”


“네!?”


그녀가 오기 전에는 내가 멍했다면, 지금은 그녀가 멍했을 거다. 약간의 심호흡을 하고 기숙사 거실에 있는 소파 쪽으로 향했다. 그녀에게 자리에 앉길 권했고, 그녀가 앉은 후 나도 옆에 앉았다. 그리고 그녀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저기 혹시 저를 아시나요?” (아~ 그걸 왜 물어보냐 이 멍청아)


“아니요. 모르는데요.” 차갑게 그녀가 말했다.


“역시 모르시는군요.”(당연하지 이 바보야)


“그럼 우선 제 소개를 할게요 저는 스포츠산업학부 4학년 민성일이라고 합니다.”


“송진희 학생 맞죠?” (매번 사진만 보다 실물로 코앞에서 보니 사진이 말하는 것 같아 신기했다.)


“네 그런데요.” 역시 짧고 차갑게 답했다.


“사실은 제가 식당에서 진희 씨( 진희씨라고 해도 되나?)를 자주 보면서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서, 사감에게 불러 달라고 했습니다.” (아.. 망했다. 에라~ 모르겠다. 될 때로 돼라)


“하고 싶은 얘기가 뭔가요?”(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녀가 차갑게 물었다.)


“아 네 바로 말씀드릴게요. 저는 진희 씨가 마음에 드는데요. 혹시 남자친구 있으신가요?”


“아니요. 없는데요” (아이고 하느님 감사합니다.)


“아 없으시군요. 그럼 저는 진희 씨가 마음에 들어서 만나보고 싶습니다. 지금 당장 답을 원하는 건 아니고요. 생각해 보시고 답해주세요. 싫든 좋든 다 괜찮으니깐 나중에 말해주시면 안 될까요?”


“네 그럴게요"라고 역시 차갑고 짧게 말했다.


“아.. 혹시 저한테 궁금한 점은 없으신가요?”


“아니요 없는데요”


“아 네..” 내가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망설이고 있을 때 그녀가 말했다.


“더 하실 말 없으신가요? 그럼 이만 가봐도 될까요?”


“아 네네” (안돼.. 가지 마)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녀는 방로 돌아갔다. 점점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면서 누군가에게 한 첫 고백이 망했다는 걸 감지하자 긴 한숨부터 나왔다. 내가 대체 뭘 말한 건지. 그녀를 처음 보고 고백하기까지 약 한 달 반 정도의 시간이 걸렸는데, 고백하는데 고작 몇 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평소에 말 주변이 없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 일 줄은 몰랐다. 다시 한번 한숨을 나왔다.


그녀의 모습이 없어진 걸 확인한 뒤 방으로 가려고 뒤로 돌아섰다. 그 순간 행정실과 위층 베란다에서 나의 고백을 훔쳐본 지지자(후배와 방사람)들이 보였다. 평소 모습과는 전혀 다르게 얼굴이 붉어지고, 손을 덜덜 떠는 얼어붙은 나의 모습을 보며 다들 웃어댔다. 창피했지만 난생처음 누군가에 용기 내어 고백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용기 있다며 고백한 나를 박수로 축하해 주었다.


결과는 어떻냐고??


며칠을 몇 년처럼 기다렸지만 깜깜무소식이었다. 가끔 식당에서 그녀를 마주치기도 했지만 그녀는 나란 사람을 고백 전이나 후나 똑같이 전혀 알아보지 못했다. 그렇게 일주일이란 시간을 기다렸지만 아무 소식이 없어 잠정적인 결론을 내렸다. 차였다. 이날 우리 방은 차였음을 기념하는 야식을 주문했다. 물론 이날은 술도 함께 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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